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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요직에 ‘친노’ 인사…윤석열 거취, 수사 전망은?

중앙일보 2020.01.09 01: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법무부가 8일 저녁 7시 30분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오는 13일 자로 단행했다. 인사 제청에 필요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를 두고 대검찰청과 공방을 벌이다 갑작스럽게 발표한 인사다. 한 검찰 간부는 “해 떨어지고 인사 내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검찰 내 요직에는 ‘친노’ 인사가 임명됐고,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장‧검찰국장, 문재인 민정수석과 인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는 이성윤(58‧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이 신임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 지검장 후임으로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자리를 옮긴다. 조 신임 검찰국장은 2006~200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조 검찰국장이 파견된 후 얼마 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조 국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박연차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며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주요 수사라인에 호남 출신 전면 배치

호남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지검장과 조 국장은 전북 전주고 동문이다. 이 지검장이 2년 선배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5명 중 2명도 호남 출신이다. 심재철(51‧27기)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전북 완주가 고향으로 전주 동암고를 졸업했다. 배용원(52‧27기)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전남 순천고를 나왔다. 조 전 장관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광주 인성고 출신의 고기영(55‧23기) 부산지검 검사장이 자리했다.  
 
한편 경찰대 출신의 노정환(53‧26기) 대전고검 차장검사는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맡았다.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 출신을 전진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라인’은 전국으로 뿔뿔이

'소윤'으로 불린 윤대진 수원지검 검사장(왼쪽)과 '대윤'으로 불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현동 기자

'소윤'으로 불린 윤대진 수원지검 검사장(왼쪽)과 '대윤'으로 불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현동 기자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불린 이들은 모두 전국으로 흩어졌다. ‘대윤’과 ‘소윤’으로 불린 윤대진(56‧25기) 수원지검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가면서 현장 수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대검 지휘라인인 형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 기획조정부장 역시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부산고검‧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가게 됐다. 박찬호(54‧26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내려간다.  
 

살아있는 권력 향한 수사 차질 불가피

법조계는 대체로 이번 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그 자리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채운 것이라 평가한다. 윤 총장 주변을 정리하면서 그가 사실상 대검에 갇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진행하던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에 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는 향후 차장‧부장검사 인사까지 나면 현 정권을 향한 수사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검사장이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건 차장‧부장검사이기 때문이다. 한 현직 검사는 “대검 인사는 오히려 예상했지만 이후 실무 수사진 인사가 더 걱정된다”며 “새로 들어온 수사 지휘부들은 무슨 수사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수사통을 다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은 일단 사표 제출을 미루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다들 고생했다”면서도 “사표는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그러나 이번 인사가 문제가 돼 분명히 쟁점이 될 것”이라고 벼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총장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 등 한직으로 발령 났으나 정권이 바뀌며 복귀했다. 반면 당시 정부의 지시에 따랐던 검사들은 수사 대상이 됐다.
 
이가영·강광우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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