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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압적 검찰 인사 참사…정의가 학살됐다

중앙일보 2020.01.09 00:39 종합 30면 지면보기
어제 저녁 발표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찰 인사는 내용은 물론 법적 형식에서도 정당성을 잃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비리에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 무마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서울동부지검장을 좌천시킨 것이다.
 

윤석열 무력화 통해 권력수사 차단 의혹
울산·유재수 사건 끝까지 진실 규명돼야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참모진을 물갈이한 것은 검찰 대학살이나 마찬가지인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고도 이 정부가 과연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번 인사는 검찰 개혁이라기보다는 검찰 길들이기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무력화시켜 권력층 수사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속셈이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적폐청산 때는 피의자 신분의 전직 장군과 검사·변호사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검찰 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는 “우리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던 이가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이후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와 여권으로 향하자 개혁 운운하며 좌천 인사를 한 것은 염치를 잃은 처사다.
 
올 4월에 있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6개월여 만에 서둘러 인사를 하는 것은 검찰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공석 내지 사직으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인사”라는 법무부 발표는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온 검사들을 발탁하고, 인권보호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 온 검사들을 우대했다”는 주장엔 권력을 향한 특수 및 공안 수사에 대한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인사가 발표되기까지 이날 낮 동안 계속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보여주기식 처신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추 장관은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는 검찰청법을 의식한 듯 윤 총장에게 자신의 일정을 통보했다고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이는 추후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윤 총장에게 인사 내용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또 검사를 두 번이나 그만두고 대기업에 취직했던 변호사를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하려다 인사위원회에서 거부당한 것도 이번 인사의 허점이다. 어떤 정치권력이 어떤 이유로 그를 임명하려 했는지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검찰 인사가 이런 식이니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감정적인 조치에 뒤틀려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이번 인사가 합리적이지 않고 절제되지 않았다고 검찰의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총장은 후임 검사들을 독려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민들의 주권행사를 방해하고, 자유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같이 근무했고, 대학 후배인 서울중앙지검장도 국민들을 위한 검찰이 과연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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