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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오렌지 와인

중앙일보 2020.01.09 00:20 종합 31면 지면보기
오렌지 와인

오렌지 와인

오렌지 와인에 오렌지는 들어 있지 않다. 화이트 포도 품종을 발효·숙성시킬 때 껍질·줄기·씨까지 포함시켜 다양한 농도의 오렌지 빛깔을 띠게 된 게 오렌지 와인(사진)이다. 2004년 영국의 와인 수입상 데이비드 하비가 레드·화이트·로제(핑크) 등 색깔로 와인을 구분해온 것처럼 ‘오렌지(색) 와인’으로 부르면서 통용됐다. 동유럽과 이탈리아에선 ‘호박(색) 와인’ ‘스킨 컨택트(껍질을 넣은) 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선 최근 내추럴 와인과 함께 젊은층에서 트렌디한 술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이트 와인의 산미와 과실 향, 레드 와인의 타닌과 묵직한 질감을 동시에 갖춰 다양한 음식, 특히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낯선 와인이라 장점이 단점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처음 보는 이에게 오렌지 빛깔은 산화된(상한) 와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 내추럴 와인 제조 방식을 따라 포도 찌꺼기를 거르지 않았다면 병 안에 부유물이 떠다닐 수 있고, 발효 음식 특유의 쿰쿰한 향도 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정형화된 기존 와인들에선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맛과 색에 거부감 없이 마음을 열고 있다. 와인에 관한 한 선택의 폭과 시야도 그만큼 넓어졌다. 와인 대표 생산국을 구대륙 와인(프랑스·이탈리아), 신대륙 와인(칠레·호주)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도 깨졌다. 오렌지 와인을 처음 만든 건 8000년 전 조지아에서다. 현재도 조지아를 비롯한 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크로아티아·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오렌지 와인의 주요 생산지로 꼽힌다. 새로운 문화는 선입견을 깨고 낯선 것들에 호기심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정민 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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