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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청약이란 로또

중앙일보 2020.01.09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며칠 전 9번째 탈락 통지를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9개월째 이어진 우리 부부의 아파트 청약 이야기다. 19.5대 1의 경쟁률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첨 내역 없습니다’ 안내에 아침부터 힘이 빠졌다. 당첨자의 5배수로 뽑는다는 예비당첨 명단에조차 들지 못했다. 그렇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바로 그 희망 없는 ‘저가점자’ 무주택자가 우리 부부이다.
 
공개하기도 민망한 낮은 청약가점으로 거둔 그간 최고 성적은 끄트머리 순번의 예비당첨 한 차례뿐. 그나마 예비당첨 순번도 청약가점 순으로 바뀌면서 이제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그래도 도전을 멈추진 않았다. 매번 ‘로또보단 확률이 높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하지만 지난해 봄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아진 경쟁률을 보고 괜스레 쓸쓸해져 실제 로또를 구매한 적도 있다.
 
나처럼 로또 청약 중에서도 확률 면에서 불리한 ‘추첨제 당첨’을 노리는 3040 저가점 세대에 팁을 주겠다. 9차례 탈락 경험 끝에 깨달은 바다.
 
첫째, 모델하우스 볼 필요 없다. 요즘 서울 인기 분양단지는 모델하우스 입장조차 미리 추첨에서 당첨돼야 하는 경쟁체제다. 괜히 힘 빼지 마라. 사업예정지 ‘임장(현장 답사)’도 부질없다. 어떻게 10억원 가까이 하는 집을 보지도 않고 사느냐고? 거참, 모르는 소리. 요즘 누가 집 보고 사나. 그건 부동산 시장이 정상이던 옛날얘기다.
 
둘째, 못난이를 노려라. 예컨대 ㄴ자 아파트 코너여서 맞통풍이 되지 않는 라인, 고속도로 인근이어서 소음이 예상되는 라인을 공략해라. 경쟁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방법이다. 나중에 집값이 억대로 차이 날 테니 무조건 로얄동, 로얄라인 정답 아니냐고? 그거야 경쟁률이 웬만하던 시절 얘기지. 지금은 그러다가 평생 분양 못 받는다. 그렇게 통풍과 방음이 중요하면 뭐하러 동호수를 콕 집어 고를 수 없는 청약에 도전하나. 참고로 1, 2층 저층만 있거나 단지가 작다고 해서 결코 경쟁률이 낮지 않음은 여러 사례로 확인됐다. 당신에겐 못난이인 그 분양물량이 남 보기엔 로또다.
 
대출 규제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데, 분양가 상한제라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생겼다. 문제라면 승차가 가점, 즉 거의 연령 순이라는 점이다. 괜찮다. 우리도 언젠간 늙는다. 나이 들어 좋은 게 하나 생겼다.
 
한애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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