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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중앙지검장·검찰국장 앉히고…윤석열은 대검에 갇혔다

중앙일보 2020.01.09 00:11 종합 2면 지면보기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오른쪽)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오른쪽)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은 전국 각지로 유배 보내고 검찰 내 친노·친문 인사들은 한양 중심부로 끌어올렸다.”
 

검사장 승진 5명 중 2명 호남 출신
조국·유재수·울산 수사 차질 예상
한동훈 “사의 표명할 생각 없다”
검찰내 “이번 인사 문제될 것” 별러

법무부가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자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계 인사가 내놓은 분석이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은 모조리 한직으로 밀려나고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친문’ 인사가 배치됐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날 인사가 저녁 7시30분쯤 공개되자 “해 떨어지고 인사 내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성윤(58·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까지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직전 배성범 중앙지검장에 비할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의 동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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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자리를 옮긴다. 조 신임 국장은 2006~200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조 국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박연차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며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호남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지검장과 조 국장은 모두 전북 전주고 출신이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5명 중 2명도 전북·전남 출신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은 심재철(51·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온 배용원(52·27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그렇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광주 인성고 출신의 고기영(55·23기) 부산지검 검사장이 자리를 잡았다.
 
검찰 고위직 32명 인사

검찰 고위직 32명 인사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불린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조상준(50·26기) 대검 형사부장과 한동훈(47·27기)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51·27기) 기획조정부장 역시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부산고검·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가게 됐다. 박찬호(54·26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내려간다.
 
법조계는 대체로 이번 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그 자리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채웠다고 평가한다. 윤 총장 주변을 정리하면서 그가 사실상 대검에 갇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진행하던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에 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는 향후 차장·부장검사 인사까지 나면 현 정권을 향한 수사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대검 인사는 오히려 예상했지만 이후 실무 수사진 인사가 더 걱정된다”며 “새로 들어온 수사 지휘부들은 무슨 수사를 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사통을 다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은 일단 사표 제출을 미루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사의 표명할 생각 없다. 어디서든 공직 생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이번 인사가 문제가 돼 분명히 쟁점이 될 것”이라고 벼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총장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 등 한직으로 발령났으나 정권이 바뀌며 복귀했다.
 
이가영·강광우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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