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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이 공격 땐 본토 보복”…경제난에 장기전은 벅차

중앙일보 2020.01.09 00:05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해 4월 이란군 퍼레이드에 등장한 혁명수비대 미사일 (왼쪽 사진). 이란 혁명수비대가 군사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이란군 퍼레이드에 등장한 혁명수비대 미사일 (왼쪽 사진). 이란 혁명수비대가 군사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스드군) 사령관 사망에 대한 보복에 나선 이란은 앞으로 어디까지 갈까. 이란이 향후 보복 공격(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을 확대하거나 이에 맞서 미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에서 또 한번 피의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란의 속내와 향후 선택은
“두바이·이스라엘도 타깃 될 것”
미사일 공격 배경은 국내 정치용
국민 분노 못 풀면 지도층 부메랑

하메네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방송 생중계 연설에서 “지난밤 공격은 미국의 따귀를 때려준 것”이라며 “세계의 불량배들(bullies)을 상대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군사행동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이 지역 부패의 원천인 미군 주둔에 끝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도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미 국방부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렇다면 이번엔 미국 본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 영토를 폭격한다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스라엘 하이파를 공격해 제3국으로 여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VS 미국(중동 지역) 군사력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란 VS 미국(중동 지역) 군사력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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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전면전 확대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이란이 솔레이마니 장례식 직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치밀한 선제공격이라기보다 정치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란 당국이 신속한 보복을 결정한 배경은 국내정치적 압박 때문이란 것이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장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국가최고위원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상응하는 보복을, 미국의 국가 이익이 걸린 곳에, 이란이 직접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며 “이번 공격은 이런 지시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란이 미국에 대응할 물리적 능력은 없다”며 확전 가능성이 작다고 예상했다. 이란군이 공격 대상으로 언급한 두바이나 하이파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 촘촘한 방공망을 설치하고 있고, 보복 수단도 다양하다. 두 나라에 대한 공격은 전면전이라는 불을 향해 섶을 지고 뛰어드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이 보유한 주요 미사일 사정거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이란이 보유한 주요 미사일 사정거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이란은 오랜 제재로 경제 활기와 화폐가치가 떨어져 국민 생활이 힘들고 정부 재정도 부족해 전비 마련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이번 공격은 국제사회나 워싱턴에 보내는 것이라기보다 대국민 메시지 효과가 더 크다”며 “미국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 이상 이란도 더는 상황을 고조시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란, 미군 주둔지에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이란, 미군 주둔지에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란은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비례적인 방어조치를 취했다”며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미군기지는 우리 국민과 고위 관리를 겨냥한 공격이 비롯됐던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사태 악화 또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모든 침략에 대응해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수는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국내정치적 이유로 당장 대화나 타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란에선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대해 미국에 보복하는 대신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는 말을 꺼내는 것은 국가 자존심을 버리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김상진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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