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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흰소리와 신소리

중앙일보 2020.01.09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그는 술에 취하면 언제나 (흰소리/신소리)를 늘어놓곤 한다”에서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선 그 술자리의 분위기가 어떠했느냐고 묻고 싶다. 그의 말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면 ‘신소리’가 맞을 테고,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면 ‘흰소리’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흰소리와 신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혹자는 ‘신소리’가 ‘흰소리’의 잘못된 표현이거나 ‘흰소리’가 ‘신소리’의 잘못된 표현이라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흰소리’와 ‘신소리’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이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골라 써야 한다.
 
‘흰소리’는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을 의미한다. 거만하게 잘난 체하거나 버릇없게 하는 말도 흰소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술에 취해 흰소리를 늘어놓았다면 술자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신소리’는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을 뜻한다. ‘흰소리’가 부정적 느낌을 주는 단어라면, ‘신소리’는 긍정적 느낌을 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흰소리가 아닌 신소리를 잘했다면 술자리의 분위기는 분명 화기애애했을 것이므로 흰소리를 쓰느냐, 신소리를 쓰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간혹 “쉰소리 좀 그만해라”에서와 같이 ‘쉰소리’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는 경기도와 충남 북부 지역 사투리의 영향으로, ‘형님’을 ‘성님’이라 하는 것처럼 ‘흰소리’를 ‘쉰소리’라고 쓰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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