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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100번 내도…머나먼 중장년 재취업

중앙일보 2020.01.09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직장을 그만둔 중장년층의 삶이 고달파지고 있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직장을 가져도 수입은 크게 낮아진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에서 중년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직장을 그만둔 중장년층의 삶이 고달파지고 있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직장을 가져도 수입은 크게 낮아진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에서 중년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김모(45)씨는 최근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퇴직을 강요받은 이후다. 20~30대 여러 회사를 거치며 사무직 일을 했지만 남들보다 앞선 기술은 없었다. 입사원서를 내면 “나이가 많아 채용이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10곳 정도에 서류를 내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1~2곳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서류전형 통과조차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대통령 “대책 절실” 외친 고용한파
지출 가장 많은 시기 구조조정 타깃
사무직 출신 많은데 단순직 대부분
어렵게 취업해도 2년내 퇴사 67%
절반은 월급도 전 직장 60% 미만

중장년층의 일자리 한파가 매섭다. 구조조정의 최일선으로 몰리면서다. 주요 기업과 은행들은 40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퇴직 시점은 빨라지는데, 퇴직 후 재취업은 쉽지 않은 게 이들의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대책이 절실하다”고 언급한 40대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금을 투입한 일자리 지원 덕에 다른 연령대는 고용률이 올랐지만, 유일하게 40대만 마이너스다. 지난해 11월 40대의 고용률은 78.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나 하락했다. 22개월 연속 감소로, 1999년 이후 최장이다.
 
50대의 고용률도 75.9%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0대·30대·60대에 비해 증가 폭이 미미하다. 절대적인 수치도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0대(76.6%, 11월 기준)보다 낮아졌다.  
 
이들 대부분은 식구 부양을 책임진 가장이다. 직장을 잃으면 해당 가구는 졸지에 더 아래 계층으로 추락한다.
 
중장년층 재취업 셋 중 둘은 월급 200만원 미만

중장년층 재취업 셋 중 둘은 월급 200만원 미만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도 괜찮은 직장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가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352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14개 회사에 지원하고 이 중 4곳에서 면접을 봤다. 재취업을 위해 100곳 이상의 회사에 지원했다는 이들이 3.2%였다.  
 
힘들게 들어가도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었다. 재취업 회사의 근속 기간은 2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분의 2(67.1%)를 차지했다. 5년 이상은  7.7%에 그쳤다. 임금 수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재취업 후 임금 수준을 보면 전 직장의 50%(절반) 미만이라고 답한 이가 2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 이상~60% 미만이 21.3%이었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기준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와도 비슷하다. 1년 새 일자리를 얻은 만 40~64세 임금근로자 81만9000명 중 62.5%는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이 가운데 100만원 미만을 버는 경우가 11.6%였다.
 
일자리희망센터 김동준 수석은 “직장을 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사무직 출신인 반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 많다”며 “이런 미스매치도 중장년의 재취업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40~50대 중장년층은 생애주기상 소비지출이 많은 시기다. 떠밀려 퇴직하게 된 이후 이직에 실패하면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이행하기 벅차다. 임금이 낮더라도 계속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재취업난은 경제활력 저하, 노동비용 상승 등 구조적 원인이 커서 단기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재정을 투입해 만든 초단기 일자리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다 보니, 민간에서 만드는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짚었다.
 
정부도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한국폴리텍대학 내 40대 이상 중장년 실업자 대상 훈련 프로그램을 늘리고, 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대상에 중장년층(35~69살)을 반영하기로 했다. 세부 내용은 3월 안에 공개한다. 박철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기업의 중장년 장기근속 지원과 같은 정부의 핀셋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강기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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