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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검찰, 사람 안죽여도 살인자 만들어" 30분간 결백 주장

중앙일보 2020.01.08 19:19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런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오히려 검찰 수사 과정이 부당하다고 언급하며 검찰 수사가 자신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닌 이명박 정부 전체의 정당성을 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선 상태로 약 30분가량 미리 준비해온 최후 진술을 읽으며 때로는 재판부에 호소했고, 때로는 검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 것 아니다' 주장에 검찰 개입, 전례 없어"

이 전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 내내 키워드가 됐던 "다스(DASㆍ자동차부품회사)가 누구 것이냐"에 대한 답으로 변론을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검찰 수사와 특검까지 거쳐 결론이 난 사안을 검찰이 다시 들고나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다스 소유권 문제를 말하면서 한 손을 크게 흔드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소유를 주장해 문제가 되는 것은 봤지만 ‘내 것이 아니다’ 하는 사건에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강하게 호소했다.
 
이어 "검찰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불러 목적에 짜 맞춘 진술을 끌어냈다"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이 제 개인을 넘어 이 나라의 법치와 민주주의에 미칠지 모르는 악영향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검찰의 구속과 기소가 자신의 대통령 당선 및 통치행위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뇌물 관련 모든 혐의 부인

이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등도 모두 부인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사면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가라는 의심에 대해서는 "삼성 회장을 사면한 것이 아니라 IOC 위원 이건희를 사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해 청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 거짓 진술"이라며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상 같은 일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 자신의 억울한 옥살이는 참을 수 있지만, 저의 삶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억울한 모독은 참을 수 없다"며 "명백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기소"라고 변론을 마쳤다.  
 

검찰 구형은

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에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23년과 벌금 320억원, 추징금 163억여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구형한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보다 높아졌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부분은 법리 오해가 있다며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1심의 징역 15년은 다른 뇌물범죄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다스 설립을 직접 계획하고 설립 절차를 주도한 실소유자”라며 “설립 이후에도 주요 임직원의 인사를 결정하고, 수익을 향유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 이시형에게 경영권을 주기 위해 개편도 했다”며 다스 실소유자로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해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뇌물 160억, 횡령은 350억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사익을 위해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무거워진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서로의 현안을 해결해준 건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잘못을 단 한 순간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고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검찰은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한 뇌물죄는 다른 범죄와 분리해서 형을 선고해야 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형도 분리해서 했다.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17년에 벌금 250억원,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 징역 6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2월 19일 항소심 선고

재판부는 검사측 의견과 변호인의 의견, 이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까지 모두 들은 뒤 2월 19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항소심 첫 공판기일 이후 약 1년여 만에 항소심 선고만 남겨놓게 됐다.
 
약 3시간가량의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검사들에게 다가가 "수고했으니 악수나 하자"고 청했다. 방청석에 있던 지지자들에게도 "좋은 세월이 오면 밥이나 먹자"며 이야기도 건넸다. 한 방청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손뼉을 치자 "23년 받았다고 박수 치는 거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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