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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피해 초등생 가족 "과거 경찰도 이춘재 공범"

중앙일보 2020.01.08 18:50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봉행된 화성연쇄살인 피해자를 위한 합동위령재에서 화성 실종 초등생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있다. [뉴스1]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봉행된 화성연쇄살인 피해자를 위한 합동위령재에서 화성 실종 초등생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있다. [뉴스1]

이춘재(56)의 범행으로 희생된 초등생의 유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춘재와 초등생 실종 사건을 은폐한 과거 경찰관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달 안에 국가와 과거 경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범행 은폐 억울함 풀어달라" 유가족 국민 청원 

8일 초등생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정도 변호사(법무법인 참본) 등에 따르면 이춘재의 범행으로 희생된 초등생(당시 만 8세)의 오빠 A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초등생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청원 글에서 "최근 (과거) 경찰이 이춘재에게 희생당한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하고 단순 실종된 것처럼 아버지와 사촌 언니의 진술 조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수사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돼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중한 수십 년의 시간을 빼앗긴 피해자는 8차 연쇄살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52)뿐만이 아니다"라며 "동생이 실종된 뒤 우리 가족은 철저히 무너졌다"고 적었다. 또 "동생이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30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이춘재의 자백으로 동생이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 가족의 희망도 여지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초등생의 가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초등생의 가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유가족 "경찰이 초등생 사건 은폐하려 거짓 조서 꾸며" 주장

A씨는 "과거 경찰은 1989년 12월 동네 야산에서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 등을 찾고도 이를 우리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수사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며 "경찰이 동생 사건을 실종 처리하기 위해 아버지 등을 조사한 것처럼 진술 조서를 받는 등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허위 증거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춘재 사건을 덮기 위해 동생 사건도 덮어버린 것"이라며 "이로 인해 동생의 시신도 찾지 못했고 DNA 등 과학적 검사를 해볼 만한 증거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그는 "(과거 경찰도) 이춘재의 공범이자, 이춘재보다 더한 범죄자들로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현재 경찰은)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해 과거 수사 과정의 과오를 명명백백 밝히고 과거 수사관들에게 합당한 벌과 불이익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국회에서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공소시효 적용 배제 특별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을 밝히고 이춘재와 과거 경찰들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278명이 동의했다.
 

초등생 유가족,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하기로

A씨의 동생은 1989년 7월 7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같은 해 12월 인근 야산에서 실종 초등생의 옷가지 등이 발견됐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다.
 
실종 사건으로 분류됐던 이 사건은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는 이춘재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해 과거 수사관들이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닉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계장 이씨와 경찰관 1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 이들을 처벌할 규정은 없다.
 
이에 초등생 유가족은 국가와 이 사건을 수사한 형사계장 이씨 등 경찰관 2명을 상대로 이달 안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유가족 대리인 이정도 변호사는 "유가족들은 과거 경찰관들의 진실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으니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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