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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변호사가 검사장 후보? 법무부 '류혁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0.01.08 17:53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삼성전자 법무팀 변호사를 지냈던 인사가 신규 검사장 후보까지 올랐다가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검찰국장 후보 면접도 치뤘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채용비리’에 가까울 정도로 원칙을 깬 인사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 법무부의 무리한 ‘탈검찰화’ 인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사위 개최 두 시간 전 면접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검찰국은 이날 오전 9시에 류혁 전 통영지청장(52·사법연수원 26기)에 대한 ‘검찰국장’ 보직 면접을 진행했다고 한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고 전국 검찰청의 주요 사건을 보고받는 핵심 보직이다. 현직 검사가 아닌 변호사를 상대로 검찰국장 면접을 치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로부터 2시간 뒤에 열린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류 전 지청장의 신규 검사장 임용이 논의됐다. 그러나 위원들 대부분이 ‘자격이 모자라다’고 판단하면서 임용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류 지청장을 검찰국장로 임명하기 위해 갑작스런 면접 절차를 열고 신규 검사장 임용 절차까지 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퇴직한 검사가 검사장급으로 재임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만큼 현 정권과의 깊은 인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류혁 누구?

류혁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뉴스1]

류혁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뉴스1]

 
이에 대해 법무부는 ‘(류 전 지청장이) 복무평가가 우수하고 인성이 훌륭하다’ 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수에 더 우수한 평가를 받는 승진 대상자가 아직 남아있는데 왜 외부인에게 기회를 주느냐는 취지다.
 

류 전 지청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잠시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이색 경력을 가졌다.  
 

2005년 첫번째 사직 뒤 다시 삼성으로 돌아가 삼성전자 법무팀 상무보로 일한 그는 1년여 만에 검찰로 복귀했다. 이후 부산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통영지청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사직했다. 취미는 철인 3종 경기라고 한다.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의 진영지청장 김인주 역(정재성) [JTBC 제공]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의 진영지청장 김인주 역(정재성) [JTBC 제공]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의 진영지청장 김인주(정재성) 역할의 배경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으로 류 전 지청장이 현재 몸담은 법무법인 오른하늘이 드라마 ‘검사내전’의 제작에 대한 법률자문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지청장의 아버지 류호근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기도 했다.
 

검찰 안팎 “채용비리” 비판

  
그러나 특정인을 콕 집어 급작스런 채용 절차를 연 것에 대한 검찰 안팎의 반발 기류는 높다. 일종의 ‘채용비리’ 이자 ‘직권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를 수사했던 검찰팀을 해체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직 고위 검사는 “이게 과연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력변호사를 경력 검사로 채용할 때는 절차 공모-지원-선발절차-필기-역량-면접-법무연수원 교육이라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한 사람을 위한 임용 절차를 밟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금융기관에서 평사원을 뽑을 때 특정인을 위한 인사 절차를 거치는 것을 ‘부정채용’, ‘채용비리’라고 일컫는다”고 꼬집었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SNS캡처]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SNS캡처]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실세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의 손발을 잘라 놓기 위한 인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참사“라고 비판했다. 류 전 지청장이 일하던 통영지청은 부장검사가 있는 중간 규모 지청인데, 검사장 승진은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나 수도권 차치지청(차장을 두는 검찰청)장 중에 발탁하는 것이 오랜 검찰의 인사 관행이라는 것이다.

  

검찰 인사…누가?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법무부와 검찰이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을 두고 "모든 부처의 고위공직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 인사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현재 이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때 첩보 생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최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민‧박사라‧박태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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