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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분노한 민심에 떠밀린 공격···경제난에 전면전 어렵다"

중앙일보 2020.01.08 17:20
8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한 테헤란 시민들이 자축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한 남성이 미군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얼굴 사진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한 테헤란 시민들이 자축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한 남성이 미군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얼굴 사진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스드군) 사령관 사망에 대한 보복에 나선 이란은 앞으로 어디까지 갈까.
 

들끓는 민심 달래고 자존심 유지 고심
종교세력, 선출된 대통령·국회 위 군림
민심이반할 경우 감당 못할 정치적 위기
경제제재로 재정 허약 전비 마련 난제
트럼프도 의회의 예산 얻기 쉽지 않아

이란이 향후 보복 공격(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을 확대하거나 이에 맞서 미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에서 또한번 피의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당장 전면전 확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란이 솔레이마니 장례식 직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치밀한 선제공격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란 당국이 신속한 보복을 결정한 배경은 결국 국내 정치적인 압박 때문이란 것이다..
 
지난 4일 솔레이마니의 집을 찾아 유족을 만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모든 이란 국민”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국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게다가 장례식에 모인 군중의 규모,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며 복수를 요구하는 열기도 급히 ‘보복’을 결정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군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자택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군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자택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특히 6일 테헤란의 어저디(자유) 탑에는 당국 추산 100만명이 넘는 군중이 모였다. 이곳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시민들이 모여 군주제 폐지를 외쳤던 민주화 성지다. 현대 이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다. 복수를 요구하는 군중 앞에 이란 당국은 신속히 가시적인 조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미루면 대중의 분노가 언제 지도층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장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이니가 국가 최고위원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상응하는 보복을, 미국의 국가 이익이 걸린 곳에, 이란이 직접 한다는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며 “이번 공격은 이런 지시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란이 미국에 대응할 물리적 능력은 없다”며 확전 가능성이 작다고 예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국이 반격하면 다음 표적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이스라엘의 북부 도시 하이파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란은 물론 이곳을 공격할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UAE와 이스라엘은 패트리엇 미사일 등 촘촘한 방공망을 설치하고 있고 보복 수단도 다양하다. 두 나라에 대한 공격은 전면전이라는 불을 향해 섶을 지고 뛰어드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다. 이란은 오랜 제재로 경제 활기와 화폐 가치가 떨어져 국민 생활이 힘들고 정부 재정도 부족해 전비 마련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 국민들이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 혁명 상징인 어저디(자유) 탑에 모여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추도하고 있다. 이날 당국 추산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 국민들이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 혁명 상징인 어저디(자유) 탑에 모여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추도하고 있다. 이날 당국 추산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사정도 만만찮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에 7만 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만, 전면전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엔 미군 12만 명과 영국·호주·폴란드 등 모두 14만 명의 원정군과 7만 명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참전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홀로 탈퇴하면서 미국은 서방 동맹국에 파병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에 있는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파병 비용을 절약하겠다고 외쳐왔던 트럼프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전면전을 선택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탄핵 문제가 걸려 있는 트럼프가 미 의회의 개전 동의나 전쟁 예산을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 군인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트럼프) 정부는 불필요한 도발을 멈추고 이란은 폭력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펠로시는 이어 "미국과 세계는 지금 전쟁을 벌일 형편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이란 당국이 민심과 반미 정서를 위무하기 위해서 반격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이번 공격은 국제사회나 워싱턴에 보내는 것이라기보다 대국민 메시지 효과가 더 크다”며 “미국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 이상 이란도 더는 상황을 고조시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당장 대화나 타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란에선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대해 미국에 보복하는 대신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는 말을 꺼내는 것은 국가적인 자존심을 버리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나 의회에서 협상을 주장할 경우 종교 세력과 그들이 장악한 군부·사법부로부터 바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반대로 종교세력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책임지지 않은 혁명 세력"이라며 민심 이반이 가속할 수 있다.
 
여기에 상원 탄핵심판과 재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트럼프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란이든, 미국이든 국내 정치적인 매듭을 어떻게 푸느냐에 이번 사태 해결의 향방이 달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김상진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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