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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겨울답지 않은 겨울'…"앞으로 더욱 오락가락"

중앙일보 2020.01.08 16:50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 핀 코스모스. 제주는 7일 낮 최고기온이 23도를 넘겨, 1월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 핀 코스모스. 제주는 7일 낮 최고기온이 23도를 넘겨, 1월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7일 제주도는 낮 최고기온 23도를 기록했다.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97년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따뜻해진 겨울로 얼음‧눈축제의 운영도 불투명해졌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은 얼음이 부족한데다 비마저 내렸다. 한 차례 연기된 축제 운영이 또 불투명해졌다. 화천의 지난 2년간 1월 초 평균 기온은 -5.7도, -6.5도였지만 올해 1월 7일까지 평균 기온은 -2.3도에 그쳤다.   
 
오는 11·12일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리는 경북 청송도 올해 1월 평균기온이 영상을 기록하자 얼음 보강 작업을 한 뒤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초 평균기온(-7도), 2018년 1월 평균 기온(-8도)에 비해 7도 이상 기온이 높아졌다.
 

노르웨이 19도, 러시아 영상…데워진 지구

혹한이 몰아쳐야 할 1월 초인데도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겨울이면 평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노르웨이, '얼음 왕국'으로 유명한 러시아에도 이상 고온이 나타났다.  
북유럽에 위치한 노르웨이 서부는 빙하가 쓸고 지나간 피오르 지형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빙하가 있었던 서부 노르웨이에서도 지난 2일 낮 최고기온이 19도까지 올랐다. [중앙포토]

북유럽에 위치한 노르웨이 서부는 빙하가 쓸고 지나간 피오르 지형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빙하가 있었던 서부 노르웨이에서도 지난 2일 낮 최고기온이 19도까지 올랐다. [중앙포토]

 
지난 2일 노르웨이 서부의 순달소라(Sunndalsøra) 지역 최고 온도가 19도까지 올라 기온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노르웨이 기상청은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따뜻해진 데 더해, 산악 지방에서 고온의 바람이 부는 ‘푄 현상’ 이 더해져 기온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얼음왕국' 러시아도 1월 기온이 영상 4도까지 오르는 이상기온을 보였다. [EPA=연합뉴스]

'얼음왕국' 러시아도 1월 기온이 영상 4도까지 오르는 이상기온을 보였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지난 12월 평균 기온이 4도를 넘겼다. 1월엔 낮 최고기온이 6도까지 올라, 13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 시민들이 호수 위를 걸어다니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올해는 호수 곳곳의 얼음이 녹아 출입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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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당초 올해 겨울은 덜 춥고 가끔 강한 추위가 올 것이라고 예고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포근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겨울은 2월 말 기온이 빠르게 상승해 ‘봄이 일찍 오는’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 겨울의 초입부터 가장 추운 1월까지 평균기온 자체가 올라간 양상이다.
  

바닷물 1℃ 오르니, 한국은 10℃ 상승

1월 8일 기준 태평양의 수온. 하늘색 사각형 구역이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서태평양 영역인데, 현재 22~26도의 수온이 형성돼있다. 평년에 비해 1도 정도 높은 수치다. [자료 기상청]

1월 8일 기준 태평양의 수온. 하늘색 사각형 구역이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서태평양 영역인데, 현재 22~26도의 수온이 형성돼있다. 평년에 비해 1도 정도 높은 수치다. [자료 기상청]

 
따뜻한 겨울의 원인은 기후 변화다. 전반적인 지구 온난화로 북쪽 시베리아 지방이 따뜻해져,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세력도 약해졌다. 기상청은 “지난 12월 중순 이후 시베리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남쪽 서태평양의 바닷물 온도도 높아, 동아시아 전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졌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았은 것도 영향을 준다. 극지방의 얼음 양은 역대 두번째 수준으로 적다. 평소라면 빙하가 적을 때 북쪽의 공기 온도가 높아지면서 부피도 커져, 북쪽의 찬 기운이 내려오는 한파가 발생한다. 올해는 반대로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우세해 한반도로 한파가 내려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바다의 수온도 영향을 준다. 1월 현재 일본 남쪽의 서태평양 수온은 22~25도로, 평년에 비해 약 1도나 높다. 1억 6524만㎢ 넓이의 태평양 해수역의 온도가 1도 올라갔다는 건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가 더해진 결과다. 바닷물이 머금은 열에너지가 기온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팽창한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걸 막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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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져… '제멋대로' 날씨 심해질 수도"

기후 변화는 단순히 ‘따뜻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올해는 유독 더워지는 방향으로 크게 나타났다. 학자들은 우리나라 기후의 변동성이 커지는 신호로 보고 있다.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엄기증 기후정책연구실장은 "올 겨울이 안 추울 건 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 넘어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됐다"며 "연구자들도 기후 패턴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지구 생태계의 자정 능력이 약해질 만큼 기후 변화이 영향이 큰 것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지난해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파가 왔는데, 올해는 예상치를 벗어날 정도의 더운 겨울이 왔다”며 “겨울 기온이 계속 오르는 큰 흐름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춥고 더움이 심하게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식으로 변화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관은 “원래 ‘날씨는 기분, 기후는 성격’ 이라고 할 정도로 기후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이제 기후마저 변화무쌍해지는 상황이 됐다”며 “지역 축제 중 추운 겨울날씨를 이용한 눈‧얼음 축제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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