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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설에 발끈 아베 "65세에 410야드서 투 온해…네버 기브업"

중앙일보 2020.01.08 11:21
#1. "멋지게 투 온(two-on)을 했다. 그것도 7번 우드로 투 온을 했다." 
 

재계신년회서 "스윙개조로 스피드 빨라져"
건재 과시하며 '조기퇴진론'에 쐐기 박아
언론사 신년회선 "유자는 9년째가 한창"
2021년 9월까지 임기 채우겠다는 다짐
일각선 "임기 더 늘려 4연임 할 가능성"

7일 오후 2시 20분.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경제단체 합동 신년회에 출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인사말은 신년 골프 이야기로 시작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임시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성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임시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성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닷새 전인 2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의 골프장에서 재계 원로들과 함께 한 라운딩을 화제로 올렸다.  
 
"익숙한 내 홈 코스에서 쳤는데, 10번 홀은 410 야드 파 4홀이다. 계속 오르막이라 투 온(두 번만에 그린에 올리는 것)하기가 어렵다. 지난 20년 간 투 온 하는 걸 포기하는 전략을 짰는데, ‘이대로라면 발전이 없겠다’고 생각해 조금 스윙을 바꿨다. 그랬더니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더라. 그 결과 어떻게 됐느냐 하면, 멋지게 투 온을 했다…."
 
아베 총리는 "자랑을 위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65세를 넘었는데 역시 ‘네버 기브업(never give up)’정신으로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2.  세 시간쯤 뒤인 오후 5시 25분. 지지통신 주최 신년인사회가 열린 도쿄의 제국호텔. 
 
 "제2차 아베 내각이 들어선 뒤 8년 연속 이 모임에 출석하게 됐다. 복숭아와 밤은 (열매를 맺기까지)3년, 감은 8년이라는 말이 있지만, 복숭아와 밤은 어떻게든 지났고, 이제 감까지 왔다.국민들을 위해서 큰 수확을 하고 싶다. ‘유자는 9년째가 절정’이라는 말도 있다. 유자를 수확할 때까지 내가 책임을 지고 분발하겠다. 매화는 13년, 배는 더 느긋하게 15년, 사과는 25년이라는 말도 있지만,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다…."
 
아베 총리의 인사말에 청중들 사이에선 큰 웃음이 터졌다. 
 
아베 총리는 이어 “반드시 싸워야 할 때는 싸우겠다. 개혁이든 뭐든 할 때는 반드시 하겠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결의”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네버 기브업'의 자세로 도전하겠다","‘유자는 9년째가 절정’이라는 말이 있듯 유자를 수확할 때까지 책임을 지고 분발하겠다"는 말 속엔 2012년 정권 탈환 뒤 9년째인 2021년 9월까지의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해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최근 자민당과 일본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선 "아베 총리가 7~9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진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급속하게 제기됐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퇴진함으로써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후계자가 자민당 총재에 쉽게 당선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또는 "국민들 사이엔 ‘아베 정권에서의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평생의 숙원인 헌법개정을 후계자에게 맡기기 위해" 총리직에서 스스로 내려 올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날 "9년째까지 책임을 지고 분발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임기만료 전 퇴진은 없다’며 자신이 직접 쐐기를 박은 모양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엔 정치적 구심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만료 전 퇴진이 실제 있을지 없을지와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분출될 경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조기 퇴진을 압박 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아베 총리가 ‘매화는 13년, 배는 15년’을 언급한 걸 두고는 “2021년 9월이후에도 임기를 더 연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와관련,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국제정세와 개헌의 진척도에 따라 (임기를 3년 연장하는)총재 4연임도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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