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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환전수수료가 ‘0원’…35세 외환연구원의 환전앱 창업기

중앙일보 2020.01.08 11:10
이런 서비스는 기존에 없었다. ‘트래블월렛’은 온라인 환전 서비스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계좌를 연결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외화를 ‘현지에서’ 실물로 받는다. 정신없는 공항에서 목돈을 들고 다니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단 뜻이다. 여행 중 현금이 부족할까봐 한 번에 많은 액수를 환전할 필요도 없다. 돈이 떨어지면 그때그때 현지에서 앱으로 환전을 신청하고 가까운 현지 은행에 가면 된다. 환전 우대율은 100%인데, 이는 환전 수수료가 ‘제로’라는 뜻이다.
 

온라인 환전 서비스 ‘트래블월렛’
국제금융센터 다니던 유학파의 도전
동남아 7개국·달러·유로·엔화 취급
런칭 10개월, 누적 환전액 150억

수수료 제로인 환전 앱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해 3월 트래블월렛을 창업한 김형우 대표(35)와 7일 만나 물었다.  
 
온라인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김형우 대표가 7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환전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온라인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김형우 대표가 7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환전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수수료 ‘0원’이 가능한가. 
시중은행의 환전 수수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실물 지폐를 한국으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일반 화물과 달리 운송 시 경호 인력이 붙는다. 당연히 유통비가 비싸다.
 
동남아 환전은 특히 비싼데.  
수요가 낮아서 그렇다. 달러처럼 수요가 많고 회전율이 빠른 화폐는 보관료가 싸다. 반대로 동남아 화폐처럼 수요가 들쑥날쑥하고 수요가 적은 화폐는 보관료가 비싸다. 미국 달러 수수료가 1~2%라면 베트남 동은 10%가 넘는다. 실물 화폐를 현지에서 받으면 이런 낭비가 없다. 
 
김 대표는 이 대목을 설명하며 “현지에서 현지 화폐를 수령하는 환전 서비스는 트래블월렛이 세계 최초”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얼마나 싼가. 
한국 돈 100만원을 베트남 화폐 ‘동’으로 바꾼다고 볼 때 트래블월렛을 이용하면 2000만 동을 주지만 공항 환전소를 이용하면 1760만 동을 준다. 시중 은행은 1860만 동 정도다. 대략 7~12만원을 아낄 수 있다. 
 
수수료를 안 받으면 어떻게 수익을 내나. 
환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 상품과 여행자 보험 판매를 중개한다. 공항 라운지 이용권도 판다. 지금은 이런 부가 상품으로 수익을 낸다. 장기적으로는 외환전문은행이 되는 것이 목표다. 덩치를 키워서 개인 간 거래뿐 아니라 기업의 외환 거래까지 담당하는 거다.  
 
어떤 원리로 환전이 되나. 
해외 송금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내가 방콕에 있는 나에게 송금을 하는 거다. 일반적으론 송금받은 돈을 찾기 위해선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동남아엔 현지 계좌가 없어도 신분증이나 QR코드로 돈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보통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에 돈을 보낼 때 쓰는 시스템인데 이걸 일반 여행객들도 쓸 수 있게 확장한 것이다. 동남아뿐 아니라 호주와 일본에서도 현지 수령이 된다. 
트래블월렛을 이용해 태국 바트를 환전하고 방콕 내 수령 가능한 은행을 조회해 봤다(왼쪽). 오른쪽은 현지 은행에서 수령 가능한 외환 종류. 달러와 유로는 아직 현지 수령이 불가능하지만 인천공항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트래블월렛을 이용해 태국 바트를 환전하고 방콕 내 수령 가능한 은행을 조회해 봤다(왼쪽). 오른쪽은 현지 은행에서 수령 가능한 외환 종류. 달러와 유로는 아직 현지 수령이 불가능하지만 인천공항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펀드매니저, 외환 연구원으로 8년을 일하며 직업병이 생겼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결제 건 별 수수료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거다. 순간적으로 ‘방금 수수료 3780원을 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했다. 언제부턴가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나가는 직장 때려치우고 스타트업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런던에서 금융학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취직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 8년을 했는데 일이 익숙해진 뒤에는 애초에 왜 금융 공부를 시작했는지를 돌아보게 되더라. 사회 초년생일 때 키코 사태가 터졌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자고 유학까지 가서 외환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을 공부했는데 큰 회사에선 이걸 마음대로 실험할 수 없지 않나. 딱 3년만 올인하고 3년 안에 서비스 런칭에 실패하면 관둬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다. 
 
그는 국제금융센터라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부모님 반대를 무릎쓰고 사직서를 냈는데 막상 퇴사일이 다가오자 2주 전부터 잠이 안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락없는 35세 청년의 모습이었다.
 
환전 관련 에피소드도 있나.  
창업 전 급히 출장을 가느라 미리 환전을 못 한 적 있었다. 수중에 신용카드만 있어서 현지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뽑으려는데 신용 출금을 했더니 기계 수수료만 8000원이 나갔다. 더 황당했던 건 한국에 돌아와 보니 신용등급이 1등급에서 4등급으로 내려갔더라. 환전 미리 못한 죄로 해외에서 ‘카드론’을 쓴 사람이 된 거다.  
 
고객 후기 중에 돈 찾으려고 현지 은행에 갔는데 어려움이 있었단 얘기도 있다. 
서비스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은행 직원에게 ‘익스프레스 캐시 픽업’이라고 말을 해도 우리 은행엔 그런 게 없다고 응대하는 식이다. 직원 전원이 출장을 가서 현지 파트너 은행을 돌았다. 이렇게 방문한 은행이 베트남에만 500곳이 넘는다. 서비스가 잘 되는지 확인하고 안 되는 곳은 일일이 교육 전단지를 돌렸다.
 
인프라 문제도 있지 않나.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구글맵에 파트너 은행 주소를 찍고 갔는데 그 자리에 은행이 없는 식이다. 돈을 찾으러 갔는데 은행이 없으면 고객은 ‘멘붕’일 수밖에 없지 않나. 재래식으로 하나하나 방문해 위치를 확인하고 주소를 정정했다. 지금은 이런 컴플레인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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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확장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해외 ATM을 이용한 환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 은행은 영업시간 내에만 돈을 찾을 수 있는 불편함이 있지 않나. 여행객들이 365일 24시간 싸게 환전을 할 수 있도록 ATM사로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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