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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들의 총선행...법 허점 노렸나, 편법 선거운동 논란

중앙일보 2020.01.08 11:00
지난달 5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 간담회를 연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뉴스1]

지난달 5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 간담회를 연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뉴스1]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았던 공공기관장들이 줄줄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현직 상태에서 출마 예정지인 전북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논란이 됐던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은 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사표를 냈다. 공단 관계자는 "현직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 동안 논란에 대응하지 않았을 뿐 사직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이사장은 20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떨어졌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직능본부장을 맡은 뒤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이 이사장은 지난해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도 출마 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최근 제주항공에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이스타항공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매각한 대가로 695억원의 거금도 손에 쥘 예정이다.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출판기념회 홍보 전단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출판기념회 홍보 전단

8일과 11일 예정된 출판기념회 홍보에 나서 문제가 됐던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그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극적으로’ 현직 신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여는 무리수는 피하게 됐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출정식 성격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도서판매비 명목으로 적잖은 현금을 합법적으로 거둬들이는 자리가 되곤 한다.
  
사표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매일 출근 인사에 나서고 있는 기관장도 있다.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다. 차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출마예정지인 서울 금천구에서 출마 기자회견까지 마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그는 노무현재단 이사로 있다가 2018년 9월 공제회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부른 인사다. 차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 송년회 참석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일찍 할 수밖에 없었다”며 “손해보험 매각 등 노조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현안들이 남아 당장 사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일이었던 지난달 26일 오후 2시에 연 기자회견을 위해 그는 “연차를 냈다”고 말했다.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연차를 내고 서울 금천구에서 출마기자회견을 했다. [차성수 예비후보 유튜브 캡처]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연차를 내고 서울 금천구에서 출마기자회견을 했다. [차성수 예비후보 유튜브 캡처]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 현직 신분으로 정치 행보를 서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공직선거법의 허점 때문이다. 정부 지분이 50% 미만인 공공기관의 임원들은 ‘선거일 90일 전’이라는 출마 공직자 사퇴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상직 이사장의 사표 제출 전 현직 공공기관장들의 선거운동에 관한 입장을 묻자 민주당의 고위관계자는 “곧 사퇴할 것으로 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북 남원에 출마할 예정인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청주 상당에 출마한다는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은 지난달 사표를 내고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모두 3년 임기 중 1년 이상이 남은 상태였다.
  
이들의 행보를 보는 정치권 밖의 시선은 싸늘하다.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공공기관들은 기관장 임명 땐 낙하산 논란으로, 재임중엔 전문성 없는 경영으로, 나갈 땐 정치 행보 논란으로 계속 멍들게 된다”며 “공공기관장은 정부 지분율과 관계 없이 임기 내에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에 임박한 시점까지 재임하던 공공기관장들의 출마는 사실상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활용하는 우회적 관권 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자 윤리 차원에서도 허용돼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장혁ㆍ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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