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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괴" 언급에 격노한 이란···그 페르시아 유적 뭐길래

중앙일보 2020.01.08 05:00

“이란은 우리 국민을 죽이고 고문하고 불구로 만드는데 우리는 그들의 문화유적지(cultural site)를 건드릴 수 없다고? 그렇겐 안 되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문화유적지" 공격도 고려하고 있다며 한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번성했던 실크로드 중심지
화려함의 극치 보여주는 페르시아 정원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2곳 ‘세계 9위’

 
'문화유산의 보고'로 불리는 이란의 유적지 공격을 암시하는 이 말에 이란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유적지 파괴는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이란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분자”라며 격노하고 있다.
 
이란인들은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대 페르시아 문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서다. 중동을 넘어 인류사적으로도 중요한 유적을 여럿 품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만 22곳이다. 중동에서 가장 많고 세계에선 9위다. 이 나라의 찬란한 문화유적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5곳을 꼽아봤다.  
 

◇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페르세폴리스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이란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는 바로 페르세폴리스다.  
 
이름부터 ‘페르시아의 도시’를 뜻하는 이곳이 세워진 건 기원전 518년. '왕 중의 왕'으로 불린 다리우스 1세가 아케메네스 제국(페르시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의 수도로 건립한 곳이다. 현재 수도인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650㎞ 떨어진 곳에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말하자면 '왕궁 복합 단지'다. 
험준한 바위로 뒤덮인 산의 사면을 잘라내 기단을 만들고, 기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장엄한 건물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아케메네스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은 그리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불태워진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당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약탈해간 보물이 노새 2만마리, 낙타 5000마리에 실어야 할 정도로 많았다고 전해진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에스파한의 메이단 에맘

에스파한의 메이단 에맘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에스파한의 메이단 에맘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메이단 에맘은 17세기에 건설된 일종의 ‘도시 복합 단지’다.  
 
시아파 이란 왕조인 사파비 왕조(1501~1736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샤 압바스(재위 1587~1628년)가 에스파한을 수도로 삼고 건립했다.  
 
2층 구조의 아케이드로 연결된 웅장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특히 남쪽의 왕궁 모스크와 서쪽의 티무르 궁전이 유명하다.    
사파비 왕조의 영광을 품에 안고 있는 에스파한은 현재도 이란의 주요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슈슈타르 관개시설

슈슈타르 관개시설 [사진 위키피디아]

슈슈타르 관개시설 [사진 위키피디아]

다리우스 1세 때 카룬 강 중류에 지은 관개 시설.
 
반사막 지대의 매우 건조한 토지를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지금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산악 지역에서부터 흘러오는 물을 수로를 활용해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도시에 식수를 공급함은 물론, 농경지와 방앗간, 양어장, 방어 시설 등 다양한 곳에 물을 공급하는 데 활용됐다.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룬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타브리즈 역사 지구

타브리즈 역사 지구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타브리즈 역사 지구 [사진 유네스코 홈페이지]

실크로드의 상업 중심지로, 12~18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절정을 이뤘던 때는 14세기다. 마르코 폴로, 이븐 바투타와 같은 유명 여행자들이 타브리즈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업 중심지’로 묘사했을 정도다.  
 
무역의 중심지이자 사교의 장이었던 이곳에선 종교 행사도 수없이 진행됐기에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  
 
타브리즈는 16세기 초 사파비 왕조의 수도가 되며 정치의 중심지로도 발돋움했지만, 17세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진과 침략 등으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곳의 역사적 중요성이 알려지며 복원 작업이 꾸준히 이뤄졌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페르시아 정원

페르시아 정원 [사진 위키피디아]

페르시아 정원 [사진 위키피디아]

페르시아 정원은 이란 여러 지방에 걸쳐 조성된 9개 정원을 일컫는 말이다.  
 
기원전 6세기 키루스 대제 시대 때 시작된 디자인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발달해온 유려한 디자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페르시아 정원은 '사막에 꽃핀 낙원'을 상징하며 하늘과 땅, 물, 식물 등 조로아스터교의 4개 요소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기하학적 배치와 대칭, 물 관리 체계 등이 뛰어나며 인도와 스페인의 정원 예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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