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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노인 일자리 확대, 청년저축 신설…‘속보이는’ 설 대책

중앙일보 2020.01.0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명절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해 설보다 7조원 늘어난 90조원을 지원한다. 올해 94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도 이달부터 조기 시행한다.  
 

설 이후 집중되는 대책 대거 포함
SOC예산 절반, 1분기 조기 집행
햇살론 등 저소득층 지원도 집중
“경제실정 희석 위한 총선용 돈풀기”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설 민생안정대책을 확정했다. 명목상 설 민생대책이지만 악화한 내수를 타개하기 위한 사실상의 ‘미니 경기부양책’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존 대출·보증 만기연장에 54조원, 신규 대출·보증에 36조원을 공급한다. 외상 판매에 따른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의 외상매출채권 9000억원을 인수하고,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명절 성수품 구매자금 50억원도 지원한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은 지난해 9~11월 신청분을 신속히 심사해 설 명절 전에 120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설 민생안정 주요 대책

설 민생안정 주요 대책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코리아그랜드세일(16일~2월29일)과 연계해 전국 10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쇼핑문화관광축제를 연다.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24~26일)가 면제되고, 설 성수품은 최대 4.3배까지 확대 공급하며, 온라인 쇼핑몰 6곳을 통해 특산물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정부 재정과 정책 자금 등을 최대한 빨리 풀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총선용 돈 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설 명절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노인 일자리 확대, 청년저축계좌 신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사업 조기 착수를 위해 예산 집행 이전인 지난해 12월 우선 사업공고를 내고 참여자 모집 등 사전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61만 개였던 노인 일자리를 올해 74만 개로 13만개나 늘렸다. 겨울임을 감안해 실내업무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이런 노인 일자리는 낮은 질의 단기 일자리로 구분된다.
 
차기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재정 일자리를 줄이면 고용·분배 등 각종 경제 지표가 나빠질 텐데,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경제 성적표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저소득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한 청년저축계좌는 이달 중 신설한다.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근로소득장려금 30만원을 추가로 적립해 3년 뒤 144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설 대책으로 포장했지만, 집행은 설 뒤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49.8%(21조7000억원),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48.6%(3조2000억원) 등은 1분기 이내에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중에 시행령을 개정해 중장년층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55세로 낮추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노약자 콜택시 사업, 햇살론 유스(youth), 저소득층 문화 이용 지원비 같은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사업 등은 1~2월에 지난해보다 493억원 많은 5063억원을 집행한다. 노인 일자리 참여 기간은 기존 9개월에서 최장 12개월까지 연장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예산을 조기 집행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총선 대비용이라는 속내가 뻔히 보일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다”며 “설 민심을 잡아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나쁜 평가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라고 해석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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