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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23도 실화인가요?…이상고온 제주 반팔티 차림도

중앙일보 2020.01.07 18:13
7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제주도에서 관광객들이 반팔을 입은채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충일 기자.

7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제주도에서 관광객들이 반팔을 입은채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오늘 봄인가요? 아니 초여름 같아요” 

 
7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내에서 만난 양원준(21) 씨의 말이다. 그는 두꺼운 외투를 팔에 건 반소매티 차림이었다. 
 
그의 친구 김도연(21) 씨도 그와 같이 반팔티를 입었다. 김 씨는 “본래 추워야 할 계절인데 최근 덜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완전히 더워 외투 자체를 입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20년이 시작된 지 일주일, 겨울의 한가운데인 이날 제주는 하루 종일 완연한 봄 날씨였다. 심지어 전날인 6일은 절기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이었지만 절기와 무관하게 계절이 움직이는 듯했다.    
  
게다가 제주대 캠퍼스에는 때 이른 철쭉이 피어 이색적인 풍광을 선보였다. 제주에서 철쭉은 보통 4~5월에 피어나는 봄꽃이다.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서도 1월의 추위보다는 때 아닌 더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에서 제주에 도착한 김소정(26·서울시) 씨는 “서울은 지금 알래스카인데 제주는 딴 나라 같다. 얼마 전에 베트남 다낭을 다녀 왔는데 그곳과 비슷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두꺼운 외투를 벗었다”고 말했다.
 

제주 23.6도 1월 최고기온 기록 깨  

7일 오후 서귀포시 사계리 산방산 근처의 밭에 봄꽃인 유채꽃이 활짝 펴 봄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귀포시 사계리 산방산 근처의 밭에 봄꽃인 유채꽃이 활짝 펴 봄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뉴스1]

제주의 수은주는 이날 23.6도까지 오르면서 역대 1월 기록을 갈아치웠다.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97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기온은 지난 1950년 1월 17일의 낮 기온으로 21.8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적으로도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아침 기온이 높은 가운데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낮에 기온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전남 완도(19.3도)와 전북 고창(17.8도)·순천(16.7도)도 1월 최고기온 최곳값을 경신하며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기온을 기록했다. 

 
여기에 겨울비답지 않게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1월 상순(1∼10일)을 기준으로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도 세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28.5㎜로, 관측 이래 1월 상순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이전 기록은 2001년 1월 7일 기록한 21.7㎜였다.
 
인천(28.1㎜), 경기 수원(32.6㎜), 강원 춘천(29.7㎜)·영월(33.6㎜), 전북 전주(37.7㎜), 경북 경주(28.5㎜)도 1월 상순 기준으로 하루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기록이 새로 쓰였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올해 겨울은 한기가 약해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고 비도 자주 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남쪽의 고기압 발달로 남서쪽에서 온난 습윤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기온과 일강수량 극값이 갱신되는 이례적인 이상 기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강원 영동 120㎜ 비…30㎝ 눈 쌓이는 곳도  

겨울비가 내린 7일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공무원들이 얼음낚시터 행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퍼내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비가 내린 7일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공무원들이 얼음낚시터 행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퍼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저기압이 지나는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8일까지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인 만큼 강수량 기록을 세우는 도시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부 지방에는 8일 오후까지 30~80㎜의 비가 내리겠고, 강원 영동에는 120㎜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북 북부와 경남 남해안, 전라도, 지리산 부근, 제주도에도 20~6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온이 낮은 강원 산지에는 최고 30㎝에 이르는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7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강원 북부 산지 중심으로 매우 많은 눈이 내려 쌓이는 곳이 있겠고, 경기 북부 내륙과 강원 내륙, 충북 북부, 경북 내륙, 전북 동부 내륙에도 눈이 쌓이는 곳이 있겠다”며 “비닐하우스나 약한 구조물 붕괴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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