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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들어도 특허침해 막겠다” 용기 싸움 용기내는 中企

중앙일보 2020.01.07 05:00
남성 그루밍 브랜드 스웨거의 샤워젤(왼쪽)과 디자인 갈등을 빚는 B업체의 용기. [사진 스웨거]

남성 그루밍 브랜드 스웨거의 샤워젤(왼쪽)과 디자인 갈등을 빚는 B업체의 용기. [사진 스웨거]

 
#. 남성 그루밍 브랜드 스웨거는 지난해 12월 말 B 업체를 검찰에 고소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스웨거가 판매하고 있는 샤워젤 용기와 유사한 용기의 샤워젤 제품을 B 업체가 판매하면서다. B 업체는 지난 2016년에도 스웨거가 팔던 헤어스프레이 제품의 용기 디자인 도용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스웨거의 샤워젤 제품. [사진 스웨거]

스웨거의 샤워젤 제품. [사진 스웨거]

 
스웨거의 추혜인 대표는 “샤워젤 용기는 지난 2011년 회사 내부 디자인팀이 디자인해 금형까지 제작한 자사의 고유 지적 재산”이라면서 “2016년 B 업체는 헤어스프레이 제품의 디자인 도용에 대해 사과했다. 이번에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경쟁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불법복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결국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사의 샤워젤 용기. [사진 스웨거]

B사의 샤워젤 용기. [사진 스웨거]

 
#. 지난해 출시돼 9개월 만에 1500만 상자(4억 5600만병)가 팔린 맥주 ‘테라’도 용기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초록색으로 된 병 어깨 부분에 회오리 모양이 문제가 됐다. 회오리 모양의 용기에 대해 국내 특허와 디자인 특허 등 4건의 특허를 출원해 보유하고 있는 A씨는 테라를 판매하는 하이트진로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테라. [사진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 하이트진로]

 
A씨는 지난 2011년 하이트진로 측으로부터 ‘특허료를 포함한 4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으로 협상이 어렵다며 지난해 6월 특허권 무효 심판청구를 제출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1월 22일 테라 병이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테라의 병은 디자인적인 요소로 해당 특허와 무관함에도 특허침해라는 주장이 있어 불가피하게 특허심판원의 판단에 맡기게 됐다”고 했다.  
 
한편 테라의 회오리 모양 용기 특허를 두고는 글로벌 맥주회사 밀러도 침해 논란이 있었다. 2011년 밀러의 한국법인 밀러브루잉코리아가 팔았던 '밀러 라이트' 제품이다. 이 제품은 병 안쪽에 나선형 홈이 새겨진 디자인(볼텍스 병)이었다.    
 
테라와 특허 분쟁을 겪었던 A씨가 밀러 라이트 맥주병 디자인도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는데, 밀러는 이후 이 병으로 된 맥주 판매를 중단했다.
 
제품 용기 디자인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매년 300건이 넘는 디자인 도용 심판청구가 접수된다. 오뚜기도 지난 2017년 식용유 용기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법원은 오뚜기가 디자이너 C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오뚜기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2018년 특허법원에서 오뚜기가 승소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해 대법원은 ‘디자인 시안을 살펴본 결과 형태적 가치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뚜기의 전부 승소 판결을 확정하기도 했다.  
 
오뚜기 로고. [중앙포토]

오뚜기 로고. [중앙포토]

'용기' 싸움, 중소업체에 큰 타격 

제품 용기 디자인 도용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영세업체에 큰 타격이다. 소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스웨거 측은 “디자인 불법복제와 지적 재산권 침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보니 수 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게 될 경우 중소기업은 소송 기간만큼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도 영세업체가 소송을 불사하는 것은 디자인권의 인식 제고를 위해서다. 추 대표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소송을 진행한 것은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며 “(화장품 등의) 내용물에 대해선 관리·감독과 승인 절차가 확실하지만, 용기 디자인의 모방과 관련해선 약간의 변화를 준 정도로도 차용이 가능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실 여부가 기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지식재산소송 및 상표권 침해 ▶영업비밀침해 ▶아이디어 탈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에 대해 사전에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ㆍ유 법률사무소의 이희호 변호사는 “국내에선 아직 개인이나 영세한 특허권자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 용기 디자인과 같은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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