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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입 '0배럴'인데…국내 정유사들 속타는 이유

중앙일보 2020.01.06 17:20
‘0 배럴.’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현재 수입하는 원유의 양이다. ‘미국-이란 ’간 긴장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없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에서 사들여온 원유는 총 9억8245만7000 배럴에 달한다. 이중 이란산 원유는 3323만 배럴로 전체의 3.4%에 그친다. 그나마 지난해 4월까지만 수입됐다.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제재와 관련 한국이 일본 등과 함께 ‘수입 제재 예외국’에서 빠지면서 지난해 5월부터는 아예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원유 수입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의 원유 수입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당분간 않더라도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들은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이란에서 주로 수입하던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역시 북유럽과 서아프리카 등으로 도입국을 다변화해왔다”며 “당장 원유 수급과 손익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 전체에 미칠 영향은 예의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e 
 
정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지난해 9월 사우디 드론(무인기) 테러 당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 등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됐었다. 테러 당시 한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 당 14.7%가 오른 62.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하루 새 최대폭 상승치였다. 하지만 점차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사건 발생 이후 보름여가 지난 뒤에는 평소 가격대로 돌아왔다.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이란 간 전면전 우려도 크지 않은 데다,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원유 공급에 있어 중동 지역의 독보적인 지위가 상당 부분 약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미ㆍ중 무역분쟁 등으로 원유 수요 자체가 과거보다 둔화한 상태다.
 
다만 이란산 초경질유의 경우 다른 나라 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더 뛰어나 대체 수입선을 찾았다 하더라도 정유사 입장에선 이를 수입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이란산 원유는 어차피 제재로 인해 국제 원유 시장에 공급되는 양이 적어 심각할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제 전쟁 상황으로 치닫거나, 이란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버릴 경우 원윳값 상승 폭이 커지거나 상승 상태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ㆍ이소아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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