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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서 '윤석열 패싱'···盧정부 때 룰도 어긴 추미애

중앙일보 2020.01.06 14: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6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이번 주 위원회 참석 가능 날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 밑에서 검찰 인사 절차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로부터 아직 인사와 관련된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사령탑에 검찰 인사를 꼭꼭 숨기는 법무부의 ‘윤석열 패싱’이다. 
 
물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상견례 날짜를 조율하고 있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치는 초유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코앞으로 다가온 검찰 고위직 인사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전 검찰인사위 위원들에게 이번 주 위원회 참여가 가능한 복수의 날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소집 요청이 오진 않았다”면서도 “이번 주에 가능한 날짜를 복수로 적어내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 주에 인사위가 열리는 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인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3명과 판사 2명, 변호사 2명 등 법조인 이외에 법학 교수 2명과 외부 인사 2명 등이다. 인사위가 검사들의 보직과 근무지, 근무 기간 등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은 ‘몇 기수까지 한다’, ‘인사 방향은 어떻다’는 등의 인사 방향을 제시하는 성격이 짙다. 검찰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하고 대통령이 한다.  
 

"윤석열은 1도 모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br〉〈br〉윤 총장은 이날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br〉〈br〉윤 총장은 이날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뉴스1]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의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령상 규정된 검찰총장과의 소통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과 논의를 하지 않겠냐”면서도 “아직도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인사 시기, 인사 범위, 인사 절차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라’고 명시한 검찰청법의 법령에도 맞지 않는 데다 기존 검찰 인사 관례에서도 상당히 어긋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검찰 인사 관례상 검사장급 이상의 인사는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직접 만나 협의를 해왔다. 그 이하 직급에 대한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법무부 장관의 인사 안을 가져오면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법무부가 의도적으로 윤 총장을 ‘패싱’ 하면서 검찰총장이 같이 일할 사람이 누구고, 언제부터 바뀌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 협의가 실질화 돼서 일을 잘할 수 있게끔 법무부와 협력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무무 관계자는 "고위급 인사를 위해서 두 분이 만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명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직 법무부의 검찰 인사 폭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손발인 대검찰청 한동훈(27기)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26기) 공공수사부장, 배성범(23기)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인사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신 현 정권과 가까운 이성윤(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새 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국장은 조 장관 가족 수사의 지휘 라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제안을 했다가 윤 총장에게 거절당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소통 명문화한 건 참여정부”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과천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밖으로 나오면서 팔짱을 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과천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밖으로 나오면서 팔짱을 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법 34조 1항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조항이 처음 들어간 건 2004년 1월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하면서 관례와 달리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과 상의를 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당시에도 법무부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법 자구대로 기습 인사를 했다. 이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치열한 논의 끝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검찰총장 의견 청취’를 법에 명시했다. 검찰은 이 법 개정을 ‘인사 협의의 실질화’로 판단하고 지금까지 법률이 정한 취지대로 법무부 장관과 계속 인사 협의를 해왔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대통령이 검찰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검찰 독립과 수사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독소조항인데 이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예속화를 공식화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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