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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로 더 가까워지는 이낙연 행보…‘총리’에서 ‘정치인’으로

중앙일보 2020.01.06 12:04
“이낙연 총리님께서는 오늘이 마지막 고위 당·정협의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 동안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6일 오전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올해 첫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린 이곳에 참석자들의 잔잔한 웃음과 박수 소리가 번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날의 박수는 청와대와 정부 측 참석자들에게는 ‘환송’의 의미겠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참석자들에게는 ‘환영’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 총리가 퇴임 후 당에 복귀해 어떤 방식으로든 4·15 총선에서 역할을 할 전망이어서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퇴임 시기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거듭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지만, ‘16일 전에 정세균 총리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전에 임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일(총리 공석)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16일은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공직자가 사퇴해야 하는 시한이다.
 
국정운영 방안을 점검하는 새해 첫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이해찬 대표(오른쪽) 등 참석자들의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운영 방안을 점검하는 새해 첫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6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이해찬 대표(오른쪽) 등 참석자들의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총리의 말대로라면 그는 늦어도 오는 16일 전 여의도로 돌아온다. 그가 전남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2014년 5월 이후 약 5년 8개월 만이다. 그가 떠난 후 당명은 두 번(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바뀌었다. 다소 무뎌졌거나 일부러 드러내지 않은 정치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그는 최근 잇따른 언론 인터뷰로 접촉면을 넓히고, 메시지를 가다듬었다. 행정가(전남지사·총리) 이낙연에서 정치인 이낙연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다.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출마지에 쏠려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떠나게 될 서울 종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총리도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본인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테면 “당에서 ‘모종의 그림’이 있지 않겠나”(지난해 12월 14일 경향신문)→“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지난해 12월 26일 연합뉴스)→“대체로 그런 흐름(종로 출마)에 제가 놓여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지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잖나”(지난해 12월 30일 JTBC)→“저도 정치의 흐름을 읽는 편인데, 그쪽(종로 출마)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을까”(지난 3일 KBS) 등 갈수록 구체화해가는 답변 방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본인의 정치 철학과 관련한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시대정신을 묻는 말에는 “신뢰다. 실현 가능한 대답을 드리는 것의 경쟁이어야 할 것”(KBS)이라고 했고, 정치적 지향점을 묻는 말에는 “실용적 진보주의”(JTBC)를 내세웠다. “예를 들어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시는 분들이 두 걸음을 요구한다 그러면,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했을 경우에는 한 걸음이라도 우선 가는 것이 실용주의”라는 설명을 곁들이면서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본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은 삼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설 명절과 관련한 재정 집행 계획을 쏟아냈다. ▶직접 일자리 사업 조기 시행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난 완화를 위한 신규자금 7조원 확대 지원 ▶학자금 대출금리 0.2%포인트 인하 ▶소외계층 지원에 1200억원 추가 투입 등이다. 야당은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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