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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24화. 태양신

중앙일보 2020.01.06 09:30
어둠을 살라먹고 솟는 새로운 태양을 맞이할 떄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해가 시작된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해가 시작된다.

옛날 먼 옛날, 어느 산속에 홀어머니와 오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떡을 팔고 돌아온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오누이의 집을 습격했을 때, 오누이는 재빨리 뒤뜰 나무 위로 올라가 하늘을 향해 빌었죠.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요?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온 것입니다.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해와 달이 됩니다. 처음에는 오빠가 해, 누이가 달이 되기로 했지만, 밤이 무섭다는 누이의 말에 서로 바꾸어 오빠가 달, 누이가 해가 되었다고 하죠.『해님 달님』이라는 동화의 이야기입니다. 동화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해와 달이라는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가 태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죠.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해와 달이 있기 전에 낮과 밤이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 이야기를 지은 사람은 낮과 밤이 해와 달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많은 옛이야기 속에서 낮과 밤은 태양이 있기에 생겨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신으로 숭배하죠.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은 태양신 헬리오스가 모는 4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고 이야기합니다. 훗날 아폴론과 합쳐지게 되는 이 신은 매일 아침 하늘로 올라가 마차를 끄는데, 그 마차의 빛과 열이 태양으로서 세상을 비추고 달굽니다. 하루는 그의 아들인 파에톤이 찾아와서 마차를 끌게 해 달라고 했죠. 용감하게 해를 몰기 시작한 파에톤이었지만, 마차를 조종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너무 높게 날자 대지가 추워서 떨었고, 나중에는 너무 낮게 날아서 대지가 불에 탈 지경이었습니다. 아프리카가 사막이 된 것도,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피부가 까맣게 된 것도 모두 그 때문이라고 하죠. 결국 강물과 바다마저 말라버릴 지경이 되었을 때, 제우스가 벼락을 내려 파에톤을 죽이고 말아요.
 
북유럽에서도 솔이라는 이름의 여신이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하늘을 달린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콜이라는 이름의 늑대가 이 마차를 쫓고 있다는 것이죠. 이따금 스콜이 마차를 따라잡아 삼키는데 그때마다 일식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매번 스콜에게서 도망치는 데 성공하는 솔이지만, 신들의 전쟁, 라그라로크의 그날 결국 스콜에게 먹혀 죽고 맙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전에 딸을 낳았고, 그 딸이 새로운 세상의 태양신이 된다고 하죠. 세상에는 태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태양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신으로 숭배한 옛사람들은 태양이 사라질까 두려워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이 매일 같이 새로 태어난다고 믿었는데요. 태초의 바다에서 태어난 태양신 아툼은 입에서 공기와 습기를 뱉어내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창조를 마친 아툼은 혼돈의 물속으로 돌아갔죠. 하지만 아침이 되면, 태양은 다시금 떠오릅니다. 이집트 신화의 태양신은 케프리·라·아툼의 세 가지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각각 아침·정오·저녁의 해를 상징하죠. 이렇게 변모하는 태양은 밤이 되면 죽음의 세계로 향했다가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 바다에서 떠올라 여행을 계속합니다. 태양이 힘을 얻게 하는 것은 죽은 왕, 파라오들의 역할이죠. 밤이 되면 죽음의 세계에서 깨어난 파라오는 험난한 세계를 넘어 신들의 세계로 향합니다. 그리고 태양에 힘을 실어주고 다시 잠듭니다. 태양을 깨우며 세상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바로 파라오의 역할이었죠. 
 
바다 건너 마야와 아스텍에서는 태양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태양이 네 번 파괴되고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언젠가 종말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아스텍 사람들은 태양이 매일 떠오르게 하려면 사람의 피와 심장을 태양과 전쟁의 신 우이칠로포츠틀리에게 바쳐야 한다고 믿었죠. 이를 위해 해마다 ‘꽃의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을 벌여서 잡은 포로를 신에게 바쳤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태양의 여신이 동굴 속에 숨어 세상이 어둠에 휩싸여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설득으로도 여신을 나오게 할 수 없자, 꾀를 낸 신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태양을 환영하는’ 축제를 벌입니다. 자신이 숨었는데도 축제를 벌이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아마테라스가 바깥을 내다보는 순간, 신들이 여신을 끌어내어 다시 태양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태양이 항상 축복만을 주는 것은 아닌데요. 옛날 중국에는 태양의 여신에게 10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번갈아 떠오르며 세상을 비추었지만, 하루는 10명이 동시에 떠올라서 세상을 달구었죠. 옥황상제는 그들을 설득했지만 듣지 않자 뛰어난 궁수 예를 지상에 보내 9명의 태양을 쏴 죽였습니다. 이때 떨어진 태양들은 황금빛의 세 발 까마귀 신(삼족오)였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태양의 옛이야기는 우리네 삶에서 태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전합니다. 옛사람들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고, 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여긴 것이죠. 2020년,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신화 속에서 새롭게 힘을 받아 떠오르는 태양처럼, 힘찬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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