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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로로 억류된 기간 아버지의 보수 달라” 소송했지만 法 청구 기각

중앙일보 2020.01.06 06:00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가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A씨도 억류 기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2019년 2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장병이 '죽음의 다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2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장병이 '죽음의 다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는 A씨의 자녀 B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포로로 억류된 기간에 대해 보수를 달라”며 제기한 보수 등 지급신청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패했다고 6일 밝혔다.
 

한국전쟁 포로로 잡혀간 아버지 대신해 소송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A씨는 그해 9월 국군에 입대해 제9사단에서 복무했다. 그러나 A씨는 전쟁 중 적군의 포로가 돼 북한에 억류됐다. A씨는 북한에서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두었고, 1984년 귀환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귀환하지 못한 아버지 대신 2005년 탈북해 2013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건 A씨의 자녀 B씨였다. B씨는 민간단체 지원을 받아 아버지의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송환한 뒤 유전자검사와 판결을 통해 친자식임을 확인받았다.
이후 B씨는 국군포로송환법에 따라 국방부에 A씨의 ‘억류 기간에 대한 보수’ 지급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대한민국에 귀환 전 사망한 국군포로와 살아 돌아온 생환 포로의 동등한 보수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1998년 대한민국 건국 5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가 국군포로 및 납북인사 송환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1998년 대한민국 건국 5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가 국군포로 및 납북인사 송환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국군포로송환법은 대한민국으로 귀환해 등록절차를 마친 ‘등록포로’에 대해서 억류 기간에 대한 보수 및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위로지원금과 주거지원, 의료지원 등을 제공하라고 규정한다. 또 만약 장비나 정보를 가지고 귀환했다면 활용가치에 따라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다만 귀환하지 못한 채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미귀환 사망포로’에 대해서는 보수 지급을 제외하고 있다.
 

B씨 “미귀환 사망포로는 더 비극적···우대해야”

이에 B씨는 등록포로와 미귀환 사망포로 사이에 보수 지급 차이를 두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군포로송환법의 관련 조항이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B씨는 “오히려 북한에서 모진 고초를 겪다 생을 마감한 미귀환 사망포로는 더욱 비극적인 삶을 살았으므로 우대해야 한다”며 유족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억류 기간에 대한 보수는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바친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며 “대한민국으로 살아서 귀환했는지,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에서 사망했는지는 우연한 사정에 불과해 보수 지급에 차별을 두는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귀환포로 등록 필요…필요한 사실 확인돼야”

재판부는 국군포로송환법에 따른 지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국방부장관에게 귀환포로로 등록을 해야한다는 법조항을 근거로 들며 B씨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등록을 위해서는 대상자의 신원, 귀환 동기, 억류기간 중의 행적 등 필요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또 A씨가 1999년 국군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이 도입되기 전인 1984년 사망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행 당시 생존한 국군포로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법 조항 시행 당시 억류지에서 이미 사망한 국군포로는 물론, 대한민국으로 귀환하였더라도 이미 사망한 귀환포로 등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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