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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해도 경조사비 그대로인 55년생…"월 50만원 큰 부담"

중앙일보 2020.01.06 01:00 종합 4면 지면보기
베이비부머(1955~63년. 지난해 말 약 724만 명)의 맏형 격인 55년생이 올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된다. 71만 명이다. 그 전에는 40만~50만 명이었다. 이제 차원이 다른 고령화가 시작됐다. 무방비로 65세가 된 이전 세대와 분명 다르지만 준비 부족은 여전하다. 55년생을 해부해 '폭풍 고령화'의 실상과 과제를 점검한다.
결혼식 축의금을 내는 모습. [중앙포토]

결혼식 축의금을 내는 모습. [중앙포토]

신년기획-55년생 어쩌다 할배②

55년생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지출 항목은 뭘까. 경조사비였다. 주요 일터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주변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챙길 대상을 줄이거나 금액을 낮추기 쉽지 않다.

베이비부머 맏형 1955년생의 씀씀이

큰 부담되는 건 의료비보다 경조사비
은퇴해도 '관계' 유지할 필수적 비용
"받은만큼 갚아야, 경조사 못 빠진다"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한 55년생 31명 중 16명이 경조사비를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꼽았다. 다음 항목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응답자가 경조사비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수입이나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같은 대답을 했다. 이들은 한 달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만원의 경조사비를 지출한다.
 

베이비부머 압박하는 지출 '경조사비'

1955년생도 예외 아닌 경조사비 부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955년생도 예외 아닌 경조사비 부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조사비 지갑에서 나가는 돈 적지 않지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조사비 지갑에서 나가는 돈 적지 않지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충북 청주시 55년생 이종석 씨는 5년 전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하루가 분주하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 각종 모임에 얼굴도장을 찍곤 한다. 일주일에 이틀 새벽같이 산악회 모임에 나가 저녁까지 함께한다. 다른 날에도 여러 종류의 모임 지인과 식사 약속이 이어진다. 

 
주변에 사람이 넘쳐 지루할 틈이 없어 좋지만, 고민이 생겼다. 경조사비다. 각종 모임 회비와 경조사를 챙기면 살림이 빠듯하다. 이 씨는 “직장에서 함께 근무한 사람이 많아 각종 경조사가 많은 편이다. 한 달 평균 경조사비로 40만~50만원 나간다”며 “친인척까지 챙기는 달에는 더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하루는 은퇴하고 수입은 줄지 않았는데, 지출은 만만찮다고 하소연을 하니 아이들이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연금을 타는데 왜 돈이 모자라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 달 지출을 노트에 적어 자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내역을 본 자식들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조사를 챙기기 위한 봉투. [중앙포토]

경조사를 챙기기 위한 봉투. [중앙포토]

은퇴해도 지켜야 할 '관계'…경조사비는 필수 비용

강원도 춘천에서 사는 박 모씨도 경조사비를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이라고 했다. 공무원 연금을 100여만 원 받고 일터에서 월 170만원을 받아 형편이 좋은 편인데도 그렇다. 부모님 용돈 10만원에 자녀 용돈 50만원을 주고, 보험료와 차 유지비에 35만원을 쓴다. 손주들에게 밥을 사주는데 10만원, 모임 회비에 10만원을 낸다. 경조사비는 한 달 약 40만원. 취미생활도 딱히 하지 않는데 지출이 커 수중에 남는 돈이 많지 않다.
  
경북 안동에 사는 황 모씨는 작은 가게 하나를 꾸리고 살고 있다. 한 달에 수입은 100만원, 많을 땐 200만원도 한다. 하지만 매월 '적자'라고 했다. 결혼한 자식들이 있지만, 용돈은 따로 받지 않고 있다. 황 씨는 지출 중 가장 부담스러운 것으로 통신비와 경조사비를 꼽았다. "많이 나가는 달에는 경조사비가 한 달에 100만원도 나간다"며 "매달 20만원은 쓰는 것 같다" 했다. 
경조사비 지출이 부담돼 수입, 지출을 정리하기 힘든 55년생이 많다. [중앙포토]

경조사비 지출이 부담돼 수입, 지출을 정리하기 힘든 55년생이 많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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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숲 해설가로 활동하는 오세길씨 사정도 비슷하다. 오 씨는 “한 달 지출의 3분의 2는 경조사비로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사귄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이어지기 때문에 퇴직 전과 비슷한 수준의 경조사비를 지출해서 부담이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사는 55년생 주 모 씨는 “나이를 먹으면 모임을 줄여야 하는데 줄일 수가 없다”며 “부조를 받은 만큼 갚아야 해서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최경호ㆍ김윤호ㆍ박진호ㆍ김태호ㆍ윤상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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