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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0원짜리를 500원에...인도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 불법일까

중앙일보 2020.01.05 17:51
월 정액 지불 시 광고 없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고,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트를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사진 유튜브]

월 정액 지불 시 광고 없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고,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트를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사진 유튜브]

 
국내 월정액 8690원(부가세 포함)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더 싸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일부 사용자 사이에서 인도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면 월 500~2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편법'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월정액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에선 8690원이지만, 인도에선 2100원(129루피)이다. 한국에 없는 '가족 요금제'를 활용하면 3070원(189루피)을 6명까지 나눠서 낼 수 있다. 이 경우 1인당 약 511원으로 요금이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는 광고 단가와 음악·동영상 수익구조, 국가별 물가 수준을 고려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가별 요금제 차이를 이용해 인도 계정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국내에서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인도'가 함께 나올 정도다. 이를 두고 "약관을 위배하는 '꼼수'"라는 지적과 "남들 다 쓰는 '묘수'"라는 반박이 엇갈린다. 양측 의견을 짚어봤다.
 
중고나라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인도'를 검색한 결과 [사진 중고나라 캡처]

중고나라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인도'를 검색한 결과 [사진 중고나라 캡처]

 

#편법일까

유튜브는 유료 서비스 약관에 "사용자는 국가를 허위로 표시하지 않고, 유료 서비스 제한을 우회하는 시도를 하지 않기로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약관을 어기면 계정 접근 제한 조치도 가능하다. 최기영 법무법인 에이프로 변호사는 "약관은 계약 당사자 둘 사이에서는 헌법"이라며 "보험에서도 아픈 곳이 있는데 없다고 하면 사기인만큼 감시망이 소홀하다고 (계정을) 속이면 부정 사용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국가를 허위 기재하지 않고, 액세스 제한을 우회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한 '유튜브 유료 서비스 약관' [사진 유튜브]

"사용자는 국가를 허위 기재하지 않고, 액세스 제한을 우회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한 '유튜브 유료 서비스 약관' [사진 유튜브]

 

이와 유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10 베네수엘라 대란'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별 차이를 이용한 편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 당시 한국에서 31만원이던 MS의 최신 운영체제 윈도10을 베네수엘라 MS 홈페이지에서 4200원(2.299볼리바르)에 살 수 있단 사실이 퍼지면서 많은 사용자가 구매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이었다. 이를 파악한 MS는 결제수단을 달러로 바꾸고 구매자의 제품을 회수, 환불 조치했다. 이에 한 사용자가 "구입한 제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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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일까

유튜브의 가격 정책을 비판하는 네티즌들 [사진 다음뉴스 캡처]

유튜브의 가격 정책을 비판하는 네티즌들 [사진 다음뉴스 캡처]

 
반면 VPN 우회를 통한 해외 서비스 이용이 '기술 활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VPN 우회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지원되지 않는 음악 앱 '스포티파이' 등 해외 인기 앱을 국내에서 쓰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유튜브·구글·페이스북 등을 차단한 중국에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트위터에 올라온 유튜브 프리미엄 인도 우회 결제 관련 게시글. 이 외에도 수많은 블로그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해 7월 트위터에 올라온 유튜브 프리미엄 인도 우회 결제 관련 게시글. 이 외에도 수많은 블로그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유튜브에 '유튜브 인도'를 검색한 결과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유튜브 인도'를 검색한 결과 [사진 유튜브 캡처]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약관상 (인도와 한국 이용료 간) 차액을 지불하게 하거나 계정을 제재할 순 있겠지만, VPN을 우회하는 전 세계 수억명의 소비자를 일관되게 제재할 수 있겠냐"며 "17배 차이 나는 국가별 이용료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부터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애플 등 미국 IT 대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는 방법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사진 기획재정부 블로그]

구글·애플 등 미국 IT 대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는 방법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사진 기획재정부 블로그]



한편 일부 사용자들은 "구글도 법의 루프홀(사각지대)을 쓰면서 사용자는 못쓰게 해서 되겠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구글은 EU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12.5%)을 가진 아일랜드에 유럽법인을 두고 네덜란드(페이퍼컴퍼니)·버뮤다(법인세 0%) 등에 추가 법인을 두는 방법으로 매년 1000억~2400억 달러(약 277조원)씩 조세를 피하고 있다. '인터넷엔 국경이 없다'는 점을 잘 활용하는 기업인 셈이다. 구글은 최근 프랑스 등에서 '구글세 논쟁'이 불붙으면서 올해 안에 이 절세 구조를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구글이 형평성 있는 가격 정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VPN 우회자가 아니라도) 국적·거주지는 미국인데 한국에 잠시 머무는 등 국경을 넘나드는 사용자가 전 세계에 매우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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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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