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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2개 이란 목표 조준 중"…보복 땐 압도적 반격한다

중앙일보 2020.01.05 09: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휴가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견을 열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 대해 "그는 오래 전에 제거됐어야 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휴가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견을 열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 대해 "그는 오래 전에 제거됐어야 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할 경우 아주 중요하고 고위급이 포함된 52개 이란 목표를 신속하게 타격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52개 목표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444일간 미 대사관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과 같은 숫자다.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보복을 연일 천명하자 더 강경한 반격 위협으로 맞선 셈이다. 
 

"아주 고위급·중요 목표" 대규모 반격 위협
79년 이란 혁명, 52명 미 대사관 인질 상징
백악관 포함 美 전역 80여 도시 반전 시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서 "이란은 세계적인 테러 지도자를 제거한 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특정 자산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아주 대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전 미국인 한 명을 살해하고, 많은 다른 사람들을 심하게 다치게 했다. 게다가 최근 수백명의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포함해 평생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장소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3일 제거 작전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이란이 어떤 미국인이든 미국의 자산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오래 전 이란에 인질로 억류된 미국인 52명을 대표하는 이란의 52곳을 조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고 했다. 또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아주 중요하고, 고위급"이라며 "이들 목표와 이란 자체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반격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 이상의 위협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워싱턴에서 1000여명의 반전 시위대가 백악관 앞부터 의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워싱턴에서 1000여명의 반전 시위대가 백악관 앞부터 의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 해외에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힐 경우 솔레이마니보다 더 중요하고, 고위급 목표를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은 사실상 전쟁 경고로도 풀이된다. 미국엔 치욕이었던 40년 전 테헤란 미 대사관 억류 사태의 설욕하겠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2인자"…미국·유럽 요인 암살, 테러 보복 비상

하지만 솔레이마니가 이란 최고 사령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이인자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거 명령은 실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요인 암살이나 보복 테러 가능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3일 미국의 무인기 표적 공습으로 암살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AP=연합뉴스]

3일 미국의 무인기 표적 공습으로 암살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AP=연합뉴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관리인 거셈 솔레이마니 소장의 제거를 명령해 두 나라는 더 큰 전쟁을 향한 위험한 악순환에 갇혔다"고 말했다.
 
제임스 파듀 전 나토 부사무차장은 더힐지에 "백악관이 인정하든 않든 솔레이마니 처단으로 미국은 이란과 전쟁에 들어갔다"며 "이란이 미국 중부사령관을 살해한 것과 맞먹는다"고 했다. 반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것이 이란 정권교체의 첫걸음이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중앙일보에 "솔레이마니는 80년대부터 미국이 주목해온 인사"라며 "하메네이로선 대체 불가능한 장군을 잃었기 때문에 미 요인을 암살하거나 상당한 규모 테러로 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레이마니(63)는 1979년 이란 혁명 때 혁명수비대에 가담한 뒤 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용맹을 인정받아 20대에 사단장에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당시 후세인 대통령에 반대하던 이라크 쿠르드족 지도자와 시아파 조직들과 관계를 맺었다. 1990년대부터 이라크와 중동 전역 친이란 민병대와 테러조직을 지휘하는 이란 비정규전 총책임자인 쿠드스군 사령관을 맡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솔레이마니가 '수일 또는 수주내'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을 모의했다"며 제거의 정당성을 주장한 데 "이는 하메네이가 승인하지 않은 계획으로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의 근거가 희박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의 뉴욕 등 미 대도시에 대한 보복 우려가 확산하자 워싱턴 백악관 앞에선 1000여명의 시위대가 "전쟁 반대"(No War)", "미국의 이라크 철수" 등을 외쳤다. 뉴욕 타임스퀘어와 시카고·필라델피아 등 미 주요 도시 80여곳에서도 크고 작은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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