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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고구마를 키우는 전략…농촌에도 '스토브리그'

중앙일보 2020.01.04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1)

 
연말연시라는 것이 실감 나려면 결국 TV를 켜야 한다. 1년 내내 눈길도 보내지 않았지만 방송국에서 하는 그들만의 시상식인 연예대상이니 방송대상이니 하는 것을 보면 연말이고, 한복 입고 새해 인사를 하며 다사다난을 이야기하면 연시다. 잠시 TV를 끄고 2019년을 돌아보니 딱히 큰일이랄 것 같은 난은 없었지만 소한 일은 많았으니 다사소난인 듯하다.
 
그래도 요즈음 TV를 켜게 하는 것이 있다. 야구 드라마인 ‘스토브리그’를 보고 싶어서다. 원래 야구를 좋아한 탓도 있지만, 농번기인 지금 농촌과 야구단의 모습이 비슷하기에 흥미롭게 보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때 야구단은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들을 전지훈련에 보내고, 연봉 협상을 하면서 새로운 선수를 뽑고 또 방출한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코치단과 선수단을 구성하는 일이 우선이다.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단장이 부임해 야구단의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스토브리그라 한다. 야구단은 이 기간에 경기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코치단과 선수단을 구성하며,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들을 전지훈련 보내고, 연봉협상을 하면서 새로운 선수를 뽑고 또 방출한다. [사진 SBS]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스토브리그라 한다. 야구단은 이 기간에 경기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코치단과 선수단을 구성하며,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들을 전지훈련 보내고, 연봉협상을 하면서 새로운 선수를 뽑고 또 방출한다. [사진 SBS]

 
주전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제 살을 깎아 먹는 선수를 보내고 알토란 같은 선수를 받아 오는 트레이드를 한다. 구단 내부의 스카우트 시스템을 바꾸려고 팀장을 해고하고 내부 승진을 단행하며 용병 투수 영입차 멀리 미국에 건너가 선수를 물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나 야구를 잘 모르는 식구들 모두가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야구의 룰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 경영이 주제여서 모두가 볼 수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보다 몇 년 앞서 나왔던 비슷한 줄기의 영화 ‘머니볼’이 있다. 영화에서는 약체 프로구단인 미국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효율과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는 야구팀을 구성하고,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20연승을 거두는 대기록을 세워 리그 상위권에 오르는 성과를 낸다. 20여 년 전 이야기임에도 2018년과 2019년 시즌에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2위를 달렸으니 지금도 유효한 듯하다.
 
스토브리그와 머니볼을 보면 경영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직감보다는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둘째, 선수 운영에 있어 최대한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한다. 셋째, 유망주를 발굴하고 스타는 최대한 많은 몸값을 받고 판다. 넷째, 경영주의 의사결정은 절대적이지만 운영진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야구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이런 원칙과 스토리는 농업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도 눈여겨볼 일이다.
 
귀동냥이나 직감으로 작물을 선택하기 보다는 최근 3년동안 무엇이 잘 팔렸고, 무엇이 좋지 않았는지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귀동냥이나 직감으로 작물을 선택하기 보다는 최근 3년동안 무엇이 잘 팔렸고, 무엇이 좋지 않았는지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데이터 분석으로 유망 작물 선정  
무엇을 재배하고 시장에 낼 것이냐는 것은 귀동냥으로 할 것이 아니라 최근 3년 동안 무엇이 잘 팔렸고 무엇이 좋지 않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작물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은 어렵겠으나 작물의 품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하다. 다만 최근의 데이터는 풍년이 들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농가는 소농이다.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소박이나 중박을 기대해야 한다. 농가에서는 지난 3년간 매출과 비용을 분석하고 농촌관광을 하는 농장은 방문객 숫자를 따져야 한다. 매출에서 비용을 뺀 것이 이익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무시하는 농가가 많다. 최소한 본인과 부인의 인건비를 3000만원 정도로 산정해야 한다. 어느 농가는 매출을 3억원을 내어 환호성을 질렀으나 비용이 2억 5000만원이었다. 그나마 부부의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억대 농부는 매출 개념이다. 이익이 우선이다. 그리고 비용이 어디서 나가는지 데이터를 따져봐야 한다. 종잣값, 농기구 구입비, 인건비부터 따지자. 내 생활비도 비용이다. 꼼꼼히 적고 관리해야 가을에 웃는다. 프로야구단도 봄부터 여름까지 잘해야 가을야구에 진출한다. 봄에 대출받아 농사를 지어 가을에 갚고 겨울에 한숨짓는 풍경은 이제 끝내야 한다.
 
억대 농부는 매출 개념이다. 이익이 우선되어야 하며 비용이 어디서 나가는지 데이터를 따져봐야 한다. 종자값, 농기구, 인건비부터 따지자. 꼼꼼히 적고 관리해야 가을에 웃을수 있다. [사진 Pixabay]

억대 농부는 매출 개념이다. 이익이 우선되어야 하며 비용이 어디서 나가는지 데이터를 따져봐야 한다. 종자값, 농기구, 인건비부터 따지자. 꼼꼼히 적고 관리해야 가을에 웃을수 있다. [사진 Pixabay]

 
유기농·무농약 전략을   
어떤 농산물을 나의 대표 상품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상품으로는 어림없으니 다른 대체·보완상품을 준비한다. 여기서 저비용·고효율을 생각해야 한다. 많은 투자를 통해 양질의 상품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보여준 풍년의 역설처럼 대개의 농산물은 기술 발달 덕분에 작황이 매우 좋다.

 
오히려 과잉생산된 농산물을 폐기처분하는 비용이 문제가 된다. 페기처분도 돈이 든다는 것을 명심하자. 생산량을 높이려 농약을 쓰느니 차라리 생산량의 일부를 새와 벌레에게 양보하고 농약과 인건비를 아끼는 농가가 늘어난다. 저비용·고효율을 따진 것이다.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추천하는 것은 소비자가 선호해서가 아니라 저비용·고효율이기 때문이다.
 
유망주로 떠오른 군고구마 
농장의 유망주를 발굴해야 한다. 앞으로 잘 될 품종을 선정하고 재배기술 습득과 마케팅에 공을 들여야 한다. 지금 잘 팔리는 대표상품은 곧 수명이 다할 수 있으니 최대한 값을 받아 내야 한다. 농산물은 이제 생필품보다는 패션상품에 가까워 유행을 많이 탄다. 몇 년 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았던 가시오가피, 백수오, 아로니아는 다 어디 갔는가. 그때는 효과가 좋았고 지금은 안 좋은가. 유행이 지났을 뿐이다.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특용작물은 유행에 민감하다. 왜냐하면 패션의류처럼 누군가에게 기획이 돼 시장에 나오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상품 기획이 어려우니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가 필요하다. 지금 겨울철 스토브 리그에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어쩌면 작물이나 품종보다는 포장과 디자인, 네이밍에서 스테디셀러가 발굴될 수 있다. 지금 군고구마가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거리에 군고구마 장수가 다 사라졌는데 웬 말이냐고? 군고구마는 편의점에서 매우 매우 잘 팔리고 있다. 고구마의 품종이 변한 것이 아니라 판매 장소가 달라진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유망주로서 군고구마를 몇 년간 준비했다는 후문이 있다.
 
경영자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함께 일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올해의 경영방향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서라도 밀어 붙여야 한다. [사진 Pixabay]

경영자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함께 일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올해의 경영방향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서라도 밀어 붙여야 한다. [사진 Pixabay]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단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거나 기자회견을 한다. 드라마 전개상 한꺼번에 속 시원하게 사정을 이야기하는 방법일 수 있겠으나 운영진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을 겪으니 이후의 추진은 일사천리이다. 동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 ‘머니볼’은 단장이 시즌 중에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가고 반대편을 쳐내지만 결국은 단장의 의사결정이 옳다고 동의하는 운영진과 한 방향으로 나간다. 

 
함께 일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올해의 영농방향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으나 쉽지가 않다. 마을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마을 주민 모두의 동의를 구하면서 사업을 실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하겠다고 생각한 것을 쉽게 바꾸지 마라. 선택의 몫은 자신에게 있다. 경영자의 결정은 쉽게 내리는 것이 아닌 만큼 결정하면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야구와 농사가 같지는 않으나 겨울 스토브리그라는 휴식기가 있음은 비슷해서 몇 가지 적어 봤다.
 
사족으로 용병을 구하는 에피소드가 드라마에서 나오니 농가에서 용병을 어떻게 구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봤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용병이다. 이제 우리는 다문화 사회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큼 외국인 노동자는 함께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그들도 한국에서 인정받고 정착 받고 싶어 한다. 일당 얼마로 사는 인생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가치를 받을까 고민하는 이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당장 쓰고 버리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유망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용병은 주변에 많다. 많은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현장 실습을 위해 농장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농촌 실습, 농가와 자원봉사자를 연결하는 우프(WWOOF)와 도시인에게 농장 체험과 농촌봉사 기회를 주는 ‘푸마시’ 플랫폼을 활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농촌은 지금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겨울이라고 한가하지는 않다만 그래도 진짜 난로(스토브)를 켜놓고 커피 물을 끓이고 군고구마를 굽는 한가함이 있어서 좋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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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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