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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문빠' 진중권, 이젠 그들 잡는 '저격수' 됐다

중앙일보 2020.01.04 14:00
진중권 교수는 미학을 전공한 평론가다. 하지만 그보다 '진보 논객'으로 유명하다. 각종 TV 토론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다. [중앙포토]

진중권 교수는 미학을 전공한 평론가다. 하지만 그보다 '진보 논객'으로 유명하다. 각종 TV 토론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다. [중앙포토]

진중권을 설명하는 호칭은 다양하다. 미학자이자 평론가이며 지난해 12월까진 동양대 교수로 재직했다. 100여권(공동집필 포함)에 가까운 저서를 발간한 유명 작가에다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언변이 좋아 각종 토론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토록 넓은 활동 반경을 가능케 한 데는 ‘진보 논객’이라는 정체성이 한몫했다.
 
그랬던 그의 최근 움직임은 그러나 ‘진보 저격수’에 가깝다는 평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 등 친여 성향 인물·집단을 집중 공격하고 있어서다. 보수 정치권 인사인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백 명의 야당 의원보다 진 교수 한 명이 더 낫다”(2일 페이스북 게시글)고 할 정도다.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이었던 그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뭘까.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지난해 ‘조국 사태’ 때부터다. 처음부터 험악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만 해도 진 전 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둘은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전공은 다르지만 1989년엔 ‘서울사회과학연구소’라는 단체를 결성해 『주체사상비판』을 출간하는 등 학문·사상적 궤를 공유했다. “너무 완벽해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다. 하나 정도는 빠져줘야 하는데 빠지는 구석이 없다”(2014년 11월 JTBC 속사정쌀롱 5회)며 조 전 장관을 '엄친아'에 비유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둘의 '브로맨스'는 깨졌다. 진 전 교수는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과 혐의를 감안했을 때 법무부장관을 맡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진 전 교수가 정의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데도 '조국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적격 판정 등 정의당이 보인 일련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탈당했냐”는 질문에 “그런 것 다 포함해 이것저것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낸 것”이라고 답했다.
 
1일 ‘JTBC 신년토론’에 나와 토론을 벌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JTBC 캡처]

1일 ‘JTBC 신년토론’에 나와 토론을 벌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JTBC 캡처]

조국 사태로 시작된 균열은 진 전 교수의 활동 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 트리오’로 함께 활동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졌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갈등이 증폭했다. 
 
“취재차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유 이사장에게 진 전 교수가 “취재가 아닌 회유”라고 하며 설전이 시작됐다. 유 이사장이 “자기 자신의 논리적 사고력이 10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감퇴했는지 자가진단해봤으면 한다”라고 하자 진 전 교수는 “이 분(유 이사장), 60 넘으셨죠?”라고 맞섰다.
 
지난 1일 JTBC 신년토론에선 “너무 먼 길을 가고 있다”(진중권), “저는 똑같이 하는데 진 교수가 이상한 데로 간 것”(유시민)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랜 시간 이어진 둘의 ‘비판적 공존’ 관계가 깨져 이제는 감정의 골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대한 피하고 싶다" 

진 전 교수는 최근 문 대통령 지지자들도 맹비난 중이다. 지난 2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선 일명 ‘문빠(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를 ‘집단 속 승냥이’에 비유했다.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맡겨놔서 집단을 떠나면 아예 자기 생각을 못 한다”고 했다. 또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나는 준비돼 있다. 그럴 용기 없으면 찌질함을 깨닫고 알아서 주체적으로 찌그러지라”고 했다. 
 
이종걸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진중권 교수에 대해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쳐]

이종걸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진중권 교수에 대해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쳐]

 
진 전 교수의 전면 공세에 민주당 의원 일부는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자신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아무런 지적·공동체적 자극이 없이 거짓말쟁이 총장의 배려에 그저 감사하면서 순응하다 보면 심각한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3일 페이스북 게시글)라고 말했다. 또 진 전 교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토론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드디어는 누구든지 맞짱 뜨자고 시비를 걸면서 행패를 부리는 단계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다른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진 전 교수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는 의견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진 전 교수를 ‘투견’에 비유하며 “최대한 피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분이고 주목받아온 시간이 길어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고 다니는 투견과 다를 바 없이 됐다”고 말했다.

 

"진중권은 진중권일 뿐" 

그러나 진 전 교수가 변한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진 전 교수의 정체성이 애당초 ‘신랄한 비판자’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진 교수는 늘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었고, 자기의 논리적 관점에 어긋나는 공격엔 불같이 달려드는 사람이었다”며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진중권의 공격대상은 당파성이나 진영논리완 무관했기 때문에 정의당 탈당이나 친문 세력에 대한 공격을 두고 '변했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최장집 교수는 대표적 진보 학자면서도 진보 진영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중앙포토]

최장집 교수는 대표적 진보 학자면서도 진보 진영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중앙포토]

 
비슷한 케이스로 거론되는 게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며 조국 지지자들을 향해 "위선자 놈들아 구역질 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후 김 위원장의 집행위원장직을 박탈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진보 정치학계의 원로인 최 교수 역시 최근 집권 여당 등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달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다.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 더는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참여연대 활동가는 "가치에 매몰돼 자기편을 무조건 옹호하는 태도가 아니라 사안별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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