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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비늘 지갑에 넣어 다녀볼까? 부자 된다던데

중앙일보 2020.01.04 11: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19)

 
2020년은 20이 두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20대 때 생각이 난다.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독일여행이었다. 친오빠가 독일에서 유학 중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베를린으로 가서 캠핑카를 빌려 독일여행을 했었다. 

 
독일이 통일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서독과 동독으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곳이었다. 여행 내내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흐려서 우울하기도 했다. 이런 독일의 날씨로 인해 독일 사람들은 사색에 빠지고 실내에서 독서를 하거나 깊은 생각에 빠지는 일이 많다 보니 예술이나 철학이 발달한 것 같다.

 
독일의 음식은 양이 푸짐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유학생들이 가장 먹고 싶은 요리는 회덮밥이라고 했다. 바다가 멀고 대륙에 위치하다 보니 아무래도 해산물이 좀 귀했던 모양이다. 맥주는 물값과 비슷할 정도로 흔한 음료였고 어디를 가나 감자요리와 짠 소시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미래를 점쳐보는 숟가락 점 블라이기센(Bleigiessen) 

독일에서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31일이 되면 블라이기센(Bleigiessen)이라고 하는 풍습이 있는데, 녹인 납을 물에 담가 그 굳은 모양으로 새해의 운을 점치는 전통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독일에서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31일이 되면 블라이기센(Bleigiessen)이라고 하는 풍습이 있는데, 녹인 납을 물에 담가 그 굳은 모양으로 새해의 운을 점치는 전통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한해의 마지막을 조용히 정리하는 우리의 풍습과는 다르게 독일의 질베스터 섣달그믐(질베스터, Silvester) 풍경은 매년 요란한 폭죽소리와 함성이 가득한 축제의 날이다. 이날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블라이기센(Bleigiessen) 이라는 점을 친다. '블라이(Blei)'는 독일어로 '납'이고 '기센(giessen)'은 ‘붓는다’는 뜻이다. 숟가락이나 조그만 국자위에 납덩이를 올리고 촛불에 가열한 뒤 납이 액체 상태로 녹으면 재빨리 찬물에 부어 우연히 만들어진 형상을 보고 미래를 점쳐보는 풍습이다.
 

행운을 상징하는 마지팬피그

돼지는 동양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서양에서는 짧은 다리를 단단히 땅에 디디고 앞으로 나아가므로 전진을 상징해 새해 식탁에 오른다. 아몬드 파우더와 설탕, 달걀 흰자를 섞은 후 색과 향을 첨가하여 구운 과자라서 밀가루 과자보다 훨씬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난다. [사진 Flickr]

돼지는 동양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서양에서는 짧은 다리를 단단히 땅에 디디고 앞으로 나아가므로 전진을 상징해 새해 식탁에 오른다. 아몬드 파우더와 설탕, 달걀 흰자를 섞은 후 색과 향을 첨가하여 구운 과자라서 밀가루 과자보다 훨씬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난다. [사진 Flickr]

 
돼지는 동서양에서 모두 풍요와 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동양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서양에서는 짧은 다리를 단단히 땅에 디디고 앞으로 나아가므로 전진을 상징해 새해 식탁에 오른다. 새해를 기념하는 음식으로 쿠바,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부드러운 새끼 돼지통구이를 즐긴다. 돼지가 발을 단단히 땅에 디디는 이미지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족발을 먹는다.
 
독일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돼지 모양의 아몬드 과자인 마지팬피그를 먹는다. 마지팬은 이수됭(Issoudun)의 성 우르술라 수도원 수녀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19세기 중반 이수됭 마지팬의 명성은 러시아, 튈르리 왕궁은 물론이고 바티칸까지 퍼져나갔다. 통통하게 웃고 있는 돼지과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마음으로 새해를 살다 보면 웬만한 일을 다 포용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운을 상징하는 마지팬피크를 독일인들은 직접 집에서 구워서 가족끼리 나누어 먹기도 하고, 친한 친구나 동료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하기도 한다. 아몬드 파우더와 설탕, 달걀흰자를 섞은 후 색과 향을 첨가해 구운 과자라서 밀가루 과자보다 훨씬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난다.
 

잼이 들어있는 도넛 베를리너

베를리너는 발효반죽을 기름에 튀긴 다음 표면에 설탕을 묻혀 만든 도넛이다. 옆면에 구멍을 뚫어서 라즈베리 잼을 충전하는데 라즈베리잼 대신 겨자를 넣어 사람들을 골탕먹이기도 한다. [사진 Pixabay]

베를리너는 발효반죽을 기름에 튀긴 다음 표면에 설탕을 묻혀 만든 도넛이다. 옆면에 구멍을 뚫어서 라즈베리 잼을 충전하는데 라즈베리잼 대신 겨자를 넣어 사람들을 골탕먹이기도 한다. [사진 Pixabay]

 
베를리너는 발효반죽을 기름에 튀겨낸 도넛의 일종이다. 독일에서는 크랍펜(Krapfen) 혹은 판쿠헨(Pfannkuchen)이라고도 한다. 밀가루 반죽에 생 이스트를 넣어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켜서 튀김기름에 튀겨낸 다음 표면에 설탕을 묻힌다. 여기까지의 조리법을 보면 우리가 흔히 먹는 꽈배기와 비슷하다. 베를리너는 그 옆면에 구멍을 뚫어서 라즈베리잼을 충전한 도넛이다. 
 
고소한 도넛에 새콤달콤한 라즈베리잼이 들어가 있는 베를리너는 남녀노소 즐겨 먹는 맛있는 간식이다. 독일에서는 새해 음식으로도 베를리너를 즐겨 먹는데, 이때 라즈베리잼 대신 매운 겨자를 넣고 만들어서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라즈베리잼이 들어 있을 줄 알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가 매운 겨자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 크게 한바탕 웃음을 짓게 된다.
 

생선 비늘을 지갑 속에

독일에서는 잉어를 먹고 행운의 상징으로 비늘 몇 점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닌다. 잉어의 비닐을 지갑에 지니고 다니면 새해에 행운이 있고 부자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 위키백과]

독일에서는 잉어를 먹고 행운의 상징으로 비늘 몇 점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닌다. 잉어의 비닐을 지갑에 지니고 다니면 새해에 행운이 있고 부자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 위키백과]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나 새해에 갖는 소망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독일에서는 잉어를 먹고 행운의 상징으로 비늘 몇 점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닌다. 잉어의 비늘을 지갑에 지니고 다니면 새해에 행운이 있고 부자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도 새해에 생선을 먹는 풍습이 있다. 물살을 가르며 거침없이 앞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과 생선 알이 다산과 풍요로움의 상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해산물 중에 평소에는 즐겨 먹더라도 새해의 식탁에는 올리기를 꺼리는 음식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닷가재인데, 특유의 뒷걸음질이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금류 또한 행운이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먹지 않는다고 한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굴뚝 청소부 인형

독일에서는 굴뚝 청소부 인형이 집집마다 굴뚝을 깨끗이 청소해서 화재를 막아 주었기 때문에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사진 Pixabay]

독일에서는 굴뚝 청소부 인형이 집집마다 굴뚝을 깨끗이 청소해서 화재를 막아 주었기 때문에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사진 Pixabay]

 
독일 사람들은 새해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와 말발굽 모양의 초콜릿과 장식품, 굴뚝 청소부 인형을 선물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굴뚝 청소부 인형이 집집마다 굴뚝을 깨끗이 청소해서 화재를 막아 주었기 때문에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2020년을 맞이해서 20대에 가장 즐거웠던 독일여행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내 보았다. 우리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독일인들은 숟가락 점을 쳐 보기도 하고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생선 비늘을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한다는데...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지팬피그나 네잎클로버 초콜릿을 나누며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처럼 나도 주변을 좀 돌아보며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20년은 20이 두 번이나 반복되는 숫자이다. 20대처럼 늘 활기차게 여러분도 또 한 번의 20대가 되는 한해로 시작하시길 바란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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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필진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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