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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성공 힘들다? 매출 100억에 직원 월 700만원 버는 식당

중앙일보 2020.01.04 09:00
왼쪽부터 함주원(33)·라기웅(31)·남찬우(37)·심완규(32)·안민석(37) 디앤트컴퍼니(D'ANT COMPANY)대표. [중앙포토]

왼쪽부터 함주원(33)·라기웅(31)·남찬우(37)·심완규(32)·안민석(37) 디앤트컴퍼니(D'ANT COMPANY)대표. [중앙포토]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경의선 철길. 그곳 한 골목엔 복고풍 감성의 가게가 모여 있다. 돼지고기 구이, 족발, 닭발, 맥주, 꼬치 구이, 일본 라멘 등 가게 이름은 다양하지만 간판엔 ‘1987’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다. 
그래서 이곳을 ‘1987 거리’라 부르는 이들도 생겼다. 주말이면 자리가 꽉 차 가게마다 대기줄까지 늘어서는 있는 이 골목. 누가 활성화시킨 걸까.

 
주인공은 30대 남성 5명이다. 함주원(33)·심완규(32)·라기웅(31)·안민석(37)·남찬우(37) 대표가 4년 전 함께 회사(디앤트컴퍼니, D’ANT COMPANY)를 세우고 이곳 연남동 가게 10곳을 운영하는 회사의 공동 사장이 됐다. 2019년 기준 직원 70여명 아르바이트생 30여명, 예상 매출 10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이들을 만났다.
 

매출 100억원대 회사로 성장

1987 가게가 모여있는 거리의 한 모습. [중앙포토]

1987 가게가 모여있는 거리의 한 모습. [중앙포토]

이들은 2015년 8월 ‘오늘의 연어’라는 첫 가게를 냈다. 5명 모두 홍대 외식업계에서 매장 관리 업무를 하다가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며 창업을 결심했다. 함 대표는 “동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에 매장 운영의 세부 사항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남동에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은 많지만 연어 전문점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첫 사업 아이템이 연어 요리 전문점이었다.
마침 연어 붐이 일면서 가게는 성업을 이뤘다. 함 대표는 “하고 싶은 걸 했는데 운도 따라줬다”고 했다.

 
실패 경험도 있었다. 하고 싶은 것에 너무 치중해 소비자의 욕구를 벗어난 게 실패 요인이었다.
함 대표는 "고급화 전략을 쓴 연남동 분식점은 망했었다"며 "너무 차별화를 강조하다보니 비용이 늘었고 결국 수지가 안 맞았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를 직감한 이들은 분식집을 곱창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러자 손님은 다시 몰려들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이제는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며 "적절한 수준으로 우리가 원하는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욕구에도 어긋나지 않도록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왜 1987인가? 

1987 닭발 전문 가게 내부 모습. [중앙포토]

1987 닭발 전문 가게 내부 모습. [중앙포토]

이들이 운영하는 10개 가게 중 8곳 간판엔 1987이란 숫자가 쓰여 있다. "왜 1987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함 대표는 “그냥 어감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원래는 ‘청년’을 콘셉트로 쓰고 싶었지만 이미 식상했고 복고풍 느낌을 줄 수 있는 숫자를 붙이고 싶었는데 ‘일구팔칠’ 어감이 제일 입에 잘 붙더라고요”

 
함 대표의 설명이다. "민주화 원년인 1987년을 뜻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걸 의식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1987이란 영화가 나올 때 따라 한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영화 개봉 전부터 쓰고 있었고 다른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월급+배당'으로 월 700만원 버는 직원도

본사 회의실 유리벽면. [중앙포토]

본사 회의실 유리벽면. [중앙포토]

 
일부 직원들은 가게에 지분을 가진 투자자기도 하다. 대표도 직원도 월급을 받고, 그 외에는 투자한 만큼 배당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함 대표는 "새로운 가게 문을 열기 전 사내 카페를 통해 투자 직원을 모집한다"며 새 가게에 대해 대표는 최소 60%를 투자해야 하고, 직원은 1인당 최대 40%까지 지분을 살 수 있는 게 우리 규칙"이라고 소개했다. 함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금과 급여를 더해 월평균 700만원의 소득을 올린 직원도 있다고 한다.

 
이곳 직원 심동우(27) 과장이 대표 사례다. 그의 월급 통장을 확인해봤다. 지난 1년간 그가 받은 월평균 급여 실수령액은 324만원이었다. 성과급을 받는 달 급여는 평균보다 많았고 그렇지 않은 달엔 적었다고 한다.
신 과장은 분기별로 배당금을 받았는데 지난해 3분기 배당금은 927만원(세후, 월평균 309만원)이었다. 이렇게 급여와 배당금을 더해 한달 기준으로 600만~700만원을 받는 직원이 있다는 얘기다. 함 대표는 "특정 사업을 접더라도 직원 투자금의 50%는 회사가 보전해주기로 했다"며 "외부인 투자자는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창업하기 전엔 백종원의 골목식당 다 보길”

1987 이베리코 화로구이 가게 내부 모습. [중앙포토]

1987 이베리코 화로구이 가게 내부 모습. [중앙포토]

함 대표는 식당 창업 실패 사례가 많은 현실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그는 “경기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준비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외식업은 가게 위치, 음식, 서빙, 인테리어, 가격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종합예술’이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최소 2년 이상 다른 업체에서 경험을 쌓는 게 좋고 그럴 여유가 없으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도 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대표는 경영·재무·심리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전공이 뭐냐'고 묻자 “저는 고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4년제 대학 나온 사람들 중 누가 외식업에서 쉽게 일하겠어요. 몸은 고되고 종업원으로는 돈도 별로 못 버는 직업이죠."

그는 "그래서 식당 직원이나 알바생은 미래도 희망도 없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는 외식업계 직원도 대기업 다니는 직원들처럼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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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마곡 지역에 대한 시장 조사를 마친 이들은 조만간 이곳에도 식당을 열 예정이다.
함 대표는 “마곡에 '연트럴파크 1987'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은 없다”며 “그 골목에 없는 메뉴를 개발해 우리만의 특색있는 식당을 하나씩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가게를 일군다는 게 그들이 지키려는 경영 철학이다. 그는 “모든 지역의 골목이 개성있게 살도록,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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