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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에 지쳤나요? 알프스 목동 도전은 어떤가요

중앙일보 2020.01.04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42)

해도 해도 일이 끝도 없고 직장 상사 잔소리에 출근하는 게 고문이다. 더 이상 눈치 보면서 직장 다니기는 싫다. 어디 멀리 떠나서 혼자 좀 쉬었다 오고 싶다. 이런 마음이라면 프랑스 알프스 산록에 가서 양치기 목동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실제로 파리의 유명 식당에서 셰프 하던 사람을 비롯해 도시의 정신없는 일상에 지쳐서 목동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터는 어디일까. 숨이 막힐 듯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 바로 알프스와 피레네를 비롯한 프랑스 남동부의 산록이다. 양치기에 좋은 목초지는 해발 1000∼1800m에 있고, 주로 밀, 보리, 귀리, 감자, 건초를 재배하던 테라스형의 경사진 지형이 많다. 양을 방목하는 시기는 날씨가 좋은 6월에서 10월까지며, 눈이 오기 시작하면 양 떼를 몰고 내려와 겨울을 나야 한다. 
 
프랑스에서 목동을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일터는 숨이 막힐 듯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 바로 알프스와 피레네를 비롯한 프랑스 남동부의 산록이다. [사진 pxhere]

프랑스에서 목동을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일터는 숨이 막힐 듯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 바로 알프스와 피레네를 비롯한 프랑스 남동부의 산록이다. [사진 pxhere]

 
일은 어떨까. 가장 중요한 일이 양들에게 목초를 골고루 먹이는 것이다. 연한 풀과 억센 풀이 자라는 목초지를 골고루 찾아다니며 섞어 먹여야 한다. 목초지 보존을 위해 한 곳에서 너무 많이 풀을 뜯게 하면 안 된다. 또 약간의 소금과 물을 먹이고, 아픈 양을 돌보고 다치지 않게 주의하고 응급조치도 해야 한다. 때로는 숨어있다 공격하는 늑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목동을 하려면 양치기 과정이 있는 프랑스의 4개 농업학교에서 자격을 얻어야 한다. 프랑스에 약 1000여 명의 목동이 있는데, 요즈음은 지원자 80%가 도시 출신이라고 한다. 돌보는 양의 수는 대개 1000~2500마리 정도이고, 월급은 200만~300만원 정도 된다.
 
양치기 목동의 하루가 어떤지 알아보자. 보통 오전 6시 30분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난다. 양을 돌보기에 알맞은 실용적인 양치기 복장을 갖춰 입는다. 양을 풀어놓기 전에 이틀에 한 번쯤은 목초지로 가는 길목의 바위들에 소금을 흩뿌린다. 양들이 허기지고 갈증을 느끼게 하여 물과 목초를 찾게 하는 것이다. 약간의 소금을 양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양들이 천둥 같은 방울 소리를 내면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양들이 좋아하는 목초지로 이동하면 목동도 양치기 개 서너 마리와 함께 그 뒤를 따른다. 보통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날씨나 그날의 정보를 듣는다고 한다.
 
양들은 온종일 풀을 뜯는다. 그 사이 목동은 다친 양들이 없나, 돌부리에 걸려서 다리를 저는 양들이 없는지 보살핀다. 때로 바위틈에 다리가 끼여서 심하게 다친 양에게 진통제를 주사하기도 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일이 많아진다. 안개가 끼면 양들이 길을 잃기 쉽다. 비가 오면 대피소로 피신을 시켜야 하나, 없는 곳이라면 양들이 엉덩이를 뒤로하여 비바람이 그칠 때까지 서로 몸을 붙이고 그 자리에 떼 지어 서서 기다린다.
 
 
가장 무서운 일은 어둠이 내리고, 양이 늑대에게 공격당하는 것이다. 한밤중에 우리에 모여서 잠든 양 떼 주위를 배회하던 늑대가 공격하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늑대를 쫓기 위해 늑대가 싫어하는 개 냄새를 묻혀 무서운 허수아비를 세우거나, 모닥불을 피워두기도 하고 전기 펜스를 치기도 한다. 늑대가 자주 출몰하면 우리 자체를 딴 데로 옮겨야 하고, 잠을 설치며 우리를 지켜야 할 때도 있다.
 
잠시의 휴식은 양치기 개들과 함께 너른 바위에 드러누워 쉬는 것이다. 잠은 우리 옆 통나무 오두막에서 잔다. 목동은 경사진 산길을 정말 많이 걸어 다녀야 한다. 아무 데나 훌쩍 떠나갈 수 없는 노마드(nomad)다. 양을 돌보는 동안에는 다른데 한눈팔 시간이 없고, 오로지 양들이 가는 데로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양치기도 기업화하여 고산에 수만 마리를 풀어놓고,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로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기도 한다.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연 속에서 전통 방식대로 양치기한다. 아버지를 도와 50년간 목동 일을 하며 자신에게는 목동의 피가 흐른다는 앙드레 르로이(Andre Reloy)는 목동을 ‘양과 목초지를 보호·관리하는 코치 같은 역할’이라고 요약한다.
 
알프스의 목동 일은 외부와 떨어져 외로운 생활이지만, 번잡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을 떠나 자신을 성찰하고 뒤돌아볼 수 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pixabay]

알프스의 목동 일은 외부와 떨어져 외로운 생활이지만, 번잡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을 떠나 자신을 성찰하고 뒤돌아볼 수 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pixabay]

 
요새 프랑스 알프스의 목동은 교육받은 젊은 남녀가 압도적으로 많다. 목동으로 지원하기 전에는 농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원자의 나이도 25~30세이고, 그중 약 40%는 여성이다. 그리고 요즈음은 목동 일도 전문화되어 있고, 평생 일하고 싶은 괜찮은 직업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알프스의 목동 일은 외부와 떨어져 외로운 생활이지만, 번잡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을 떠나 자신을 성찰하고 뒤돌아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목동 일을 하며 자연을 벗 삼아, 사람 대신 동물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세 시즌을 보내고 하산하는 사람도 있다.
 
도시로 돌아가면 적응하는데 한 달여가 걸린다. 반대로, 어떤 이는 알프스로 돌아오면 며칠이면 바로 적응이 된다고 하니, 목동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다. 힐링이 필요한가. 알프스로 떠나고 싶은가. 떠나가기 전에 루마니아의 팬 플롯 대가,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e Zamfir)나 레오 로하스(Leo Rojas)가 연주한 ‘외로운 양치기(Lonely Sheperd)’를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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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영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필진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 부자는 어떤 생각과 철학, 생활방식, 자녀관을 갖고 있을까.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고, 부를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재벌이 아닌 평범하지만 이웃집에서 만나볼 만한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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