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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상징' 광고로 논란된 그 차, 3년 연속 베스트 셀링 카

중앙일보 2020.01.04 07:00
지난해 출시한 더 뉴 그랜저. [사진 현대차]

지난해 출시한 더 뉴 그랜저. [사진 현대차]

그랜저, 3년 연속 국내 판매량 1위 

그랜저가 3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베스트 셀링 카)'에 올랐다. 2일 국내 완성차업체가 발표한 지난해 판매량에 따르면 현대차 그랜저는 10만3349대로 1위를 차지했다. 쏘나타(10만3대·현대)·포터 트럭(9만8525대·현대)·싼타페(8만6198대·현대)·카니발(6만3706대·기아)이 2~5위로 뒤를 이었다. 한때 '국민차'로 불린 아반떼는 6만2104대로 6위에 올랐다.
 
그랜저는 지난해 10월까지 연간 판매량에서 쏘나타·포터에 뒤처져 있었지만, 한 달 후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그랜저'를 선보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엔 1만1370대를 팔아 쏘나타와 격차를 3000여대 이상 벌렸다. 
 
2위에 오른 쏘나타는 지난해 3월 8세대 모델 출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8세대 쏘나타는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베스트 셀링 카 수위권 싸움을 할 정도로 선전했다. 상용차 포터도 쟁쟁한 세단 모델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최근 4년간 베스트 셀링 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4년간 베스트 셀링 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랜저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전 그랜저가 성공한 기업인의 차였다면, 지금은 성공한 개인의 차로 여겨지고 있다"며 "자신의 소득 대비 한 단계 위급의 차종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상 이런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대 이후 아반떼를 제치고 줄곧 베스트 셀링 카를 차지한 쏘나타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는 2000~2016년 동안 13차례나 베스트 셀링 카를 차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예전 아반떼의 역할을 쏘나타가 하는 것이고, 쏘나타의 지위를 그랜저가 이어받은 셈"이라고 했다. 
 
1986년 첫 출시 이후 30년 넘게 롱런하며 축적한 기술과 소비자 신뢰도 한몫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선보인 더 뉴 그랜저는 가격·품질·옵션 등을 놓고 경쟁차종과 비교할 때 가성비 좋은 차"라며 "당분간 국산 중형 이상 세단에서 그랜저를 물리칠 차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까지 더 뉴 그랜저의 사전계약 건수는 5만8000여 대에 달한다. 올 상반기 중에도 '월간 베스트 셀링 카'의 지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전계약 고객의 절반 이상이 30~40대 연령대로 알려졌다.  
 
그랜저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처]

그랜저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처]

업계는 '성공=그랜저'를 컨셉트로 내세운 더 뉴 그랜저의 광고도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시리즈로 제작된 더 뉴 그랜저 광고는 핵심 타깃인 '영 포티(40대)'의 성공 욕구를 자극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아직도 소유한 차와 사회적 지위를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소비자 욕구를 광고를 통해 계속해서 자극하는 것"이라며 "그런 마케팅이 판매엔 나쁘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논란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성공의 기준을 좋은 차 등 물질주의 잣대로만 몰고 가는 마케팅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광고"라고 말했다.
 
그랜저는 언제까지 '성공한 차'로 남을 수 있을까. 이 교수는 "그랜저의 위치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보면 G70과 G80 사이에 있다. G70 같은 콤팩트 모델보단 정통 세단을 선호하지만, G80을 사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층"이라며 "이 계층의 다음 구매 차는 수입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 타깃의 만족도를 높여줄 만한 차를 출시하지 않으면 수입차에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랜저의 지난해 판매량은 정점을 찍은 2017년(13만2080대)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월간 최대 판매를 기록한 때도 이 때다. 아직까진 2016년 말 출시한 그랜저 IG의 신차 효과보다 파급력은 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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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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