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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빈둥거리는 우리 아이 어떡해... 알찬 방학 사용법 3

중앙일보 2020.01.04 07:00
11월 말~12월 초 기말고사가 끝나면, 한 달 후에 올 겨울방학을 의식하게 되는 건 학생이나 교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설렘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손 놓고 있다가는 다음 학기 성적이 확 밀린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 본인보다 부모가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자녀는 당연히 몇 시간 더 자고 싶고, 그 '꼴'을 보는 부모는 마음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 덕분에 자습실 밖을 잠가 놓는 '자물쇠반'이 유행했고, 이제는 아예 1달~2달 기숙사에 들어가서 관리받는 학원 시스템이 인기다.  
물론 자녀들 자신도 이런 곳에서 관리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록 거금이 든다 해도, 이런 학원 덕분에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학 중에 '쉼'이 부족했던 학생들은(원인) 학기 중 어디에선가 신체적, 감정적으로 이상징후가 생긴다는 것을(결과) 눈치채는 사람은 적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간격이 길기 때문이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자물쇠로 잠궈놓고 공부시키는 학원 장기적 부작용 커
진로탐색, 독서, 부족한 부분 보충학습 기회로 삼아야

어쨌거나 일단 일이 벌어지면 공부건 뭐건 아예 완전히 정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연료 보충 없이 계속 달리는 차가 어찌 될지는 뻔하지 않은가. 사람에게서 '효율'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서와 그 중심에서 스스로 나오는 동기부여, 그리고 환경 조성이라는 '맞춤형 연료'를 부어 주어야 한다.  
 
원래 방학은 '놓을 방(放)'에 '배울 학(學)' 즉 '배움을 놓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쭙잖게 방에서 뒹굴라는 소리가 아니라, 학기 중과 똑같은 형태의 배움을 놓으라는 말이다. 프로야구 투수가 시즌 후에 어깨를 쉬면서, 다음 시즌에 더 좋은 투구를 위해 다른 곳, 예를 들어 하체 운동을 지속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그들은 긴장된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지기 위해, 뚜렷한 목적의식, 안정된 정서, 가족 간의 유대감,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한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베테랑 운동선수가 거의 철학자처럼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프로의 원리를 적용해서, 어떻게 방학을 활용하면 좋을까?
 
첫째, 다양한 진로 탐구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2015 교육과정하에서 '고교 학점제'를 눈앞에 둔 지금, 명확한 진로라는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으면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 명확해야 게임 등의 유혹을 물리치고 눈앞의 공부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기 중에는 이런 데 신경 쓸 틈이 없으므로 방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자녀의 대학 입시 결과와 그 이후의 상황이 가족 전체에게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온 가족이 관심을 갖고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여러 직업군과 그에 맞는 학과 등을 커리어넷, 학과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정보를 얻고, 그 직업과 관련된 박람회, 행사, 학교, 직장 등을 다 함께 여행처럼 다녀오는 것이다. 오고 가는 차 속에서 공부에 대해 잔소리는 하지 말고, 자녀의 중심에서부터 이 직업을 선택하고 싶은 열망이 발생하도록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방학이라고 해도 주 중에는 나름의 학습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가 주말을 활용해서 다녀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진로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으니, 방학을 활용해서 참여해주도록 한다. 개학 후에 겨울방학 봉사활동으로 추가해서 기록할 수 있다.
 
둘째, 독서를 한다. 꼭 필요하지만, 학기 중에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게 독서인데, 방학 동안의 독서로 바람직한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어느 정도 진로가 정해졌다면, 방학을 활용해서 '교과목 독서'에 힘쓴다. 학교에서는 독서 활동을 공통 독서와 교과목 독서로 나눈다. 공통 독서는 각종 교양서, 교과목 독서는 전공 적합성과 관련된 독서를 말한다. 이렇게 전공 영역에서 쌓아놓은 독서 내공은 대학입시 면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눈앞의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뿐 아니라 언어의 비문학 영역에도 도움이 된다.  
 
2. 국어의 문학/비문학 영역을 읽는다. 모의고사에 나온 지문을 구글링해서 원문을 찾거나, 비슷한 자료의 리스트를 구해서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읽는 방식이 좋다. 이때 자신이 싫어하는 쪽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 하루 30분~1시간을 정해놓고 방학 동안 읽어 나간다면 국어 지문을 대할 때의 부담감이 한결 덜해져 있을 것이다.  
 
셋째, 평소 부족했던 과목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다. 학원에서 개설하는 방학특강은 학원에 이득이 될 뿐, 실제로는 크게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수를 대상으로 할 때 수익이 나는 학원의 이해관계 때문에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일일이 챙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특정 과목에서 5등급 이하의 성적이라면,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즉, 그 과목에서 자기 학년보다 '공부 나이'가 부족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자녀의 공부 나이에 맞춰 주되, 방학 동안 다음 학기 대비까지 해줄 수 있는 개인 과외를 구하는 것이 좋다.  
개인과외의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메타 인지'를 활용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자신의 '공부 나이'에 맞는 내용을 찾아서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6등급인 고2 자녀에게 중 3 지문을 보여주었을 때 60% 정도가 이해된다면, 그 난이도에서부터 시작해서 방학 동안 쉬운 문장을 능숙하게 읽으면서 확장하고, 고교 어휘 습득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학기 중에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상담 후에 실제로 조언을 받아들여서 방학 중에 단권화 등의 시도를 통해, 다음 학기에서 성적을 대폭 끌어올린 여러 사례가 있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지하나 덕소고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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