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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가전·자동차에도 디지털세? 구글세 갈등 ‘삼성세’로 불똥 튈 수도

중앙선데이 2020.01.04 00:31 668호 5면 지면보기

외국기업 과세 논란, 무역전쟁 조짐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중앙포토]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중앙포토]

디지털세는 정부 차원에서도 예의주시할 만큼 뜨거운 감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6일 세제실에 디지털세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새로 만들었다. 세계적인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기관급 팀장과 실무 인력 2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세 관련 국제 논의에 참여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자칫 한국도 디지털세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OECD, 제조기업에도 부과 계획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도 타깃
통과돼도 이행까진 2~3년 걸려

OECD는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디지털세 공청회를 두 차례 열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제조 분야 글로벌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초안을 냈다. 온라인·모바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면 전통적인 제조업을 하더라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도 타깃이 된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각국 정부·기업 관계자들은 이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OECD의 디지털세 논의는 이달 29~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간 협의체 회의(IF·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공청회 때 분위기대로라면 OECD 초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구글세’ 논란이 ‘삼성세(Samsung tax)’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서가 발표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고, 이달에 최종 합의 도출을 앞두고 있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처럼 수출과 해외 투자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 국가엔 (합의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타격 우려가 현실이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하던 대로 제조업을 해왔을 뿐이고 어느 선까지 ICT 서비스업과 같은 (디지털세) 부과 대상으로 봐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국제사회 합의에 따라 해외 사업 부담이 커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세 기반을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디지털세가 현실화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이 세 부담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디지털세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물론 OECD 합의가 당장에 이행되는 것은 아니다. 규범화 작업 등이 필요해 이행까지 2~3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외국에 세금을 덜 내고, 외국 기업엔 더 과세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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