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란, 전면전 피하며 중동 미군에 심각한 타격 가능성

중앙선데이 2020.01.04 00:21 668호 10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 이란 군사령관 제거 후폭풍 

3일 이란 테헤란 시민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사망에 항의하며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 이란 테헤란 시민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사망에 항의하며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63)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 이라크 바그바드 공항 인근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면서다.
 

미 국방부 “트럼프 지시로 살해”
이란 정부 “가혹한 보복 있을 것”

트럼프 강한 리더십 과시했지만
반격 따른 역풍 만만치 않을 듯
김정은엔 경고 메시지 될 수도

뉴욕타임스(NYT) 등은 “드론 공습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지도부 5명이 숨졌다”며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차량 2대에 나눠타고 공항을 출발한 직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적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에 따라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후폭풍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즉각 “솔레이마니 장군이 미군의 공습을 받고 순교했다.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도 미국에 대항해 결사항전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솔레이마니, 바그다드 미대사관 습격 배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솔레이마니는 지난해 12월 말 이라크에서 발생한 미군 기지 공격과 바그다드 주재 미대사관 습격의 배후 인물이다. 그가 지휘하는 쿠드스군은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 세력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맡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이란 쿠드스군과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사주해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런 공격이 발생한다면 쿠드스군의 책임”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이란 보수세력의 핵심이자 군부의 상징적 인물을 물리력으로 제거한 만큼 이란이 결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AP통신은 “2018년 5월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이후 고조돼온 양국 간 긴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솔레이마니 피살은 중동 패권을 유지하려는 이란과 이를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다툼 차원을 떠나 이란 군부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이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솔레이마니가 지휘했던 쿠드스군이 주목받고 있다. 쿠드스군이 혁명수비대의 해외 네트워크인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과 깊이 연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활용한 은밀한 공격이 예상된다.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내 미군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예멘 반군은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수 있다.
  
오바마, 전면전 우려 제거 작전 승인 안 해
 
이들 무장조직을 활용할 경우 이란은 전력상 열세인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중동 주둔 미군 또는 미국의 우방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공군 기지 폭파테러 사건의 배후에도 이란이 있었다. 당시 19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부상했는데 사망자 전원이 미군이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라크 주재 미대사관은 3일 긴급성명을 통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국 시민권자는 즉시 출국하라”며 소개령을 내렸다. 또 다른 타깃인 이스라엘도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골란고원의 스키장을 폐쇄했다. 외신들은 “이란 정부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꺼내들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며 “이 해역을 지나는 미국과 우방국의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솔레이마니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고민도 작지 않다. 우선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강행했던 그가 중동 정세 악화로 또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특히 사태가 악화돼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인명 피해가 뒤따를 경우 비난이 고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에서 반미 세력이 강하게 결집하고 다양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사태가 ‘미국 대 이란’ 대결 구도에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셋째, 시리아 내전 마무리 과정에서 러시아에게 패권을 내줬던 미국이 이라크에서도 배척을 당하는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솔레이마니 피살로 인해 이라크 내 반미 정서가 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북핵 협상의 파트너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미국에 대한 도발에 나설 경우 이란처럼 참수 작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이번 작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보수층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역풍 또한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승인하지 않은 것도 이란과의 전면전을 우려해서였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