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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군대는 비슷한 구조…통일성 유지가 핵심

중앙선데이 2020.01.04 00:21 668호 13면 지면보기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대부분의 글은 ‘패러그래프(para-graph)’ 구분을 한다. 패러그래프는 우리말로 단락(段落) 혹은 문단(文段)이다. 단락과 문단의 뜻은 동일하다. “긴 글을 내용에 따라 나눌 때, 하나하나의 짧은 이야기 토막”이다.
 

문장이 분대라면 문단은 소대
문단마다 주제문 한 개가 원칙

영어 문단 구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탭(tab)을 눌러 들여쓰기(indentation)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문단 사이에 빈 줄을 넣을 필요가 없다. (2)들여쓰기 대신에 행갈이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문단 사이에 빈 줄 하나를 삽입한다. 주로 서신 작성에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문단 구분은 가독성(readability)을 증진한다. 스테이크를 통째로 삼키는 사람은 없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는다. 문단 구분이 없다면 ‘소화불량’에 걸릴 것이다. 문단 구분은 독자에게 생각하거나 쉬어가라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영어 글쓰기와 읽기의 핵심은 문단 그 자체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다.
 
단어가 모여 문장(文章, sentence)이 된다. 문장이 모여 문단, 문단이 모여 장(章, chapter), 장이 모여 부(部, part), 부가 모여 권(卷, volume)이 된다. 모든 글이 이 구성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단시(短詩)나 콩트는 몇 개의 문장이나 문단으로 끝날 수 있다. 장이나 부가 없는 책도 있다. 문단이 없는 글은 없다.
 
글이나 군(軍)이나 구조는 비슷하다. 글은 ▶단어▶문장▶문단▶장▶부▶권의 순서로 흐른다. 군은 ▶병사▶분대▶소대▶중대▶대대▶연대▶여단▶사단▶군단의 순서로 전개된다. 글의 세계에서 병사에 해당하는 것이 단어라면, 분대는 문장, 소대는 문단이다.
 
소대건 군단이건 목표는 하나다. 국방이다. 문장이건 단행본 전체이건 목표는 하나다. 글쓴이의 논지를 독자들에게 설득하고 예상되는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국방에 전략과 전술이 있듯이, 글의 세계에서는 논지(論旨, thesis)와 주제문(主題文, topic sentence)이 있다. ‘전쟁 : 전투 = 전략 : 전술’이라는 등식에 해당하는 것은 ‘전문(全文) : 문단 = 논지 : 주제문’이다. 주제문이 선명해야 문단이 강하다. 문단이 강해야 글 전체의 논지가 생생하다.
 
문단은 보통 3개에서 12개 문장으로 구성됐다. 문단에는 한 개의 주제문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문단의 첫 문장이 주제문인 경우가 통상적이다. 옥스퍼드사전에 따르면 주제문은 “자신이 발견되는 문단의 요지를 표현하는 문장(A sentence that expresses the main idea of the paragraph in which it occurs)”이다. 맥밀란사전이 정의하는 논지는, “뭔가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생각·의견 혹은 이론(an idea, opinion, or theory that is used to explain something)”이다.
 
군과 글에 공통으로 필요한 것은 통일성(unity)이다. 통일성 없는 군은 오합지졸, 통일성 없는 글은 이해가 힘들다. 문단의 통일성 유지에 핵심은 주제문이 아닌 나머지 문장들이 주제문을 뒷받침하게 하는 것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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