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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보다 경제효과 큰 ‘네코노믹스’…양육산업·출판·관광 연 2조엔 훌쩍 넘어

중앙선데이 2020.01.04 00:21 668호 17면 지면보기

쥐 잡는 고양이? 사람 ‘잡는’ 고양이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 [중앙포토]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이미 고양이가 개를 추월했다. 일본 펫푸드협회가 199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2017년 반려묘 수(952만)가 반려견 수(892만)를 넘어섰다. 원래 일본에서는 상점마다 ‘마네키네코(招き猫)’를 놓을 정도로 고양이가 길상으로 간주되어 왔고, ‘도라에몽’ ‘헬로키티’ ‘지바냥’ 등 고양이 캐릭터가 전통적으로 인기를 누려왔다.  
 

고양이 역장이 기차역도 살려내
책방 활성화, 게임 킬러 콘텐트로

그런데 최근 10여 년 새 ‘고양이 신드롬’이라 할 만큼 관광·영화·출판·게임 등 전 산업으로 고양이의 영향력이 확산됐다. 그로 인한 경제 효과를 ‘네코노믹스’라고 부른다. 아베 총리의 장기불황 탈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빗댄 신조어다. 2016년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15년 한 해 고양이가 관련 산업에 미친 경제효과가 2조 3162억 엔이라고 발표했다. 2013~2020년 사이 합계 약 3조엔으로 추산되는 도쿄올림픽보다 큰 효과다.
 
영화 ‘네코아츠메의 집’. [중앙포토]

영화 ‘네코아츠메의 집’. [중앙포토]

사료 등 직접적인 양육관련 산업만 해도 1조 1020억 엔 규모지만, 책·사진집 등 출판 관련 매출도 30억 엔 규모다. 고양이를 이용한 관광객 유치 효과도 약 40억 엔으로 추정된다. 고양이 덕에 부활한 폐쇄 위기 시골 기차역의 사례가 유명하다. 2007년 와카야마현 기시역(技師駅)은 고양이를 역장으로 임명해 관광지로 거듭났고, 그로 인한 경제효과는 연간 11억 엔이 넘는다. 후쿠오카현 아이노시마(相島), 카가와현 오기지마(男木島), 에히메현 아오시마(青島) 등 사람보다 많은 수의 고양이가 사는 섬들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고양이는 인터넷 서점의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던 동네책방도 살렸다. 도쿄 진보쵸(神保町)의 35년 된 노포 ‘아네가와’는 2013년 고양이 서적 전문 ‘냥코당’으로 컨셉을 바꾼 후 ‘고양이 집사들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세워진 오사카 신사이바시(心斎橋)의 ‘고양이 빌딩’도 핫플레이스다. 5층 건물 전체가 고양이를 위한 공간으로, 고양이와 함께 낮잠을 자거나 책을 볼 수도 있고,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고양이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애니메이션 ‘요괴워치’의 ‘지바냥’. [중앙포토]

애니메이션 ‘요괴워치’의 ‘지바냥’. [중앙포토]

콘텐트로서도 상종가다. 2020년 현재 출시된 고양이 모바일 게임만 해도 ‘리틀 키튼 작은 아기고양이’ ‘네코아츠메’ 등 329건에 달한다. 2014년 출시된 ‘네코아츠메’는 2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어 2017년 실사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드라마·영화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13년 인기 배우 기타무라 가즈키(北村一輝)가 고양이 청부 살해를 의뢰받았다가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과묵한 무사로 분한 드라마 ‘고양이 사무라이’는 시즌제로 제작되고 영화도 두 편이나 나왔다. 고양이를 매개로 한 신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고양이 카페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결혼정보회사도 있고, NPO 법인 ‘도쿄 캣가디언즈’의 ‘싯뽀(しっぽ·꼬리)부동산’은 입주시 고양이를 매칭시켜 주는 ‘고양이 맨션’ ‘고양이 셰어하우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양이와 살고 싶은 입주자와 길냥이를 돕고 싶은 임대사업자, 길냥이 보호장소를 찾는 구호단체를 매개한다.
 
도쿄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탄세이((淡青)’는 2018년 9월 한 권 전체를 고양이 특집으로 만들면서 각 분야 교수가 전공을 살려 고양이에 관한 담론을 펼쳤다. 고양이 3마리의 집사인 아카가와 마나부(赤川学) 인문사회계연구과 교수의 고양이 열풍 해석이 흥미롭다. 사회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족의 정의가 변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게 됐다는데, 그럼 왜 고양이일까. 그는 ‘고양이와 집사의 특별한 관계’에서 열쇠를 찾는다. 애정을 주기만 해도 행복한 은근한 밀당 관계.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와의 사이에서만 이런 조건 없는 짝사랑이 성립하는 게 현대사회라는 얘기다.
  
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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