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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수도권 험지 출마"…이낙연과 '종로 빅매치' 가시권

중앙일보 2020.01.03 18:2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4ㆍ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당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다.  
 
황 대표가 비례대표 출마를 접은 데 이어 이날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종로 빅매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와의 대결을)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는 것 아니냐”고 종로 출마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 총리의 ‘선수(先手)’에 대한 답변 성격이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수도권 험지가 종로를 뜻하느냐’고 묻는 말에 “일단은 그렇게 해석한다. 상대방(이낙연 총리)이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당원 사기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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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대전이 성사될 경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ㆍ 2위를 다투는 여야 잠룡 간의 ‘대선 전초전’이 된다. 이 때문에 한국당 일각에선 “판이 너무 커지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자칫 패했을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종로 외 다른 상징성 있는 다른 험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초선 의원)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 대표는 이날 장외집회에서 “우리 당에 많은 중진이 있는데 중진들께서도 함께 그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며 “신진 세대에게 정치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의 뜻 있는 모든 동지가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또 “한국당을 확실하게 바꾸겠다. 국민 중심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뭉치면 이긴다.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지렛대 삼아 인적쇄신과 보수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수도권 험지 출마 공개 선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당 대표를 포함해 전 의원이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 당 지도부가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여상규 의원)는 지도부 용퇴론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침체해 있는 당을 구하기 위해 황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중에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대답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의 중진을 향해 "함께 험지로 가자"는 독려와 관련해서는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영남권 그중에서도 대구·경북(TK) 지역 3선 이상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젠 패스트트랙 등 복잡한 상황이 마무리된 만큼 쇄신, 통합 등 묵혀둔 숙제를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황 대표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중진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비판이 나온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앞둔 황 대표 요구의 진정성은 알겠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이제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수도권으로 가라는 건 그냥 그만 두라는 얘기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산·경남(PK)은 마냥 쉽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사실상 불출마 요구”라며 “불출마하면서 출마하지 말라고 대놓고 요구했으면 더 솔직해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판도 일부에선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종로 출마를 진작에 선언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매번 리더십 위기에 몰릴 때마다 단식·삭발 등 '카드'를 꺼내 돌파하는 듯한 모습을 반복해 연출하고 있다"며 “보여주기가 아니라 보수통합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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