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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재발땐 네이버도 책임···'실검법' 반대한 인터넷기업들

중앙일보 2020.01.03 17:16
네이버ㆍ카카오 등 인터넷기업들이 여야가 합의한 ‘댓글ㆍ실검 조작금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댓글 조작의 피해자인 포털에게 왜 책임을 묻느냐”는 것이다.
 
3일 인터넷기업협회는 “사적 검열을 조장하고 사업자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지운다”며 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협회장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고, 부회장은 여민수 카카오 대표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중 실시간 검색어 조작 금지에 대한 내용을 합의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타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댓글을 달고 실시간 검색어의 순위를 조작한 이를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서비스업체, 즉 포털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업체의 의무를 명시했다.
 
법안 심사 당시 의원들은 조작 행위를 정의하는 문구에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라는 표현을 넣느냐를 놓고 둘로 갈렸다. 논의 결과 해당 내용은 입법 취지에 두고, 법안에는 ‘부당한 목적으로’ 라고만 적기로 했다. 
 

'드루킹' 사건 재발되면…네이버도 책임  

댓글 조작 등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 [뉴스1]

댓글 조작 등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 [뉴스1]

이번 법안은 '드루킹 효과'의 산물이다.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크로로 네이버 댓글을 조작했다가 지난 8월 2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네이버는 2018년 1월 김씨를 업무방해로 고소했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댓글 조작으로) 트래픽 수를 증가시켜 네이버가 돈을 벌게 해줬다”며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포털 댓글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여론도 포털에 엄격해졌다. 이를 반영한 실검조작금지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때 사업자인 네이버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검 정책 네이버·다음 온도차

실검법 대응에는 업체별로 온도차가 있다. 카카오는 다음달부터(2020년 2월) 실검을 없애기로 했지만, 네이버는 유지할 계획이다. 대신 악성 댓글을 걸러내는 인공지능(AI) ‘클린봇’을 도입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다음의 실검 폐지 결정을 발표하며 “실검이 사회 현상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정치적ㆍ상업적으로 변질된 실검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다음 연예뉴스 댓글은 지난해 10월 없앴다.  
 
인터넷기업협회에는 엔씨소프트ㆍ페이스북코리아ㆍ11번가 같은 게임ㆍ소셜ㆍ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인기협 김재환 정책실장은 “이번 개정안은 포털 뿐 아니라 게시판에서 이용자가 글ㆍ댓글에 추천을 누르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는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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