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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250주년을 제대로 즐기는 키워드 넷

중앙일보 2020.01.03 15:00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의 거리에 그려진 그래피티. [사진 연합뉴스]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의 거리에 그려진 그래피티. [사진 연합뉴스]

 베토벤의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작곡가 루드비히 판 베토벤이 태어난 지 250년째 되는 해다. 독일 본에서 1770년 탄생한 베토벤의 영향은 21세기 작곡가ㆍ연주자ㆍ청중 모두에게 미친다. 그는 17세기 바흐에서 시작한 독일 음악의 전통을 이어 받는 동시에 전위적 음악을 시도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낭만주의로 다리를 놓았다.
 

2020 베토벤의 해 맞아 풍성한 공연

올해 세계 각국의 공연장과 예술계가 베토벤을 기억한다. 탄생지인 본에서는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꼭 1년동안 매일 여러 곳에서 베토벤의 작품이 연주된다. 베토벤이 20대 초반부터 활동하며 정착했던 세계 음악 수도, 오스트리아 빈에선 공연은 물론 기록물 전시까지 아우르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도 내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베토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정식 작품 번호가 붙은 것은 138곡이지만 작품 번호가 없는 음악 200여곡까지 포함하면 들을 음악은 방대하다. 국내에서 한해동안 이어지는 베토벤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키워드 넷을 소개한다.
 

1. 전곡 이어듣기

올해 베토벤 교향곡 3,5,6,7,9번을 연주하는 KBS교향악단. [사진 중앙포토]

올해 베토벤 교향곡 3,5,6,7,9번을 연주하는 KBS교향악단. [사진 중앙포토]

하나의 장르 전체를 들으면 작곡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9개의 교향곡은 베토벤이 성장하고 실험하며 한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된 증거다. 올해 국내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이어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없지만, 각기 열리는 공연을 이어붙이면 9개 교향곡을 전부 들을 수 있다.
 
1번 교향곡은 12월 17일과 18일 내한 공연하는 도이치캄머필하모닉과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9번과 함께 연주한다. 교향곡 2번은 부천필하모닉과 지휘자 박영민이 2월 21일 부천시민회관에서 8번 교향곡과 함께 연주한다. 오랜 인기 작품 3번(영웅)ㆍ5번(운명)ㆍ9번(합창)은 올해도 많이 들을 수 있다. KBS교향악단은 7월 16일 지휘자 브램웰 토비와 함께 3번을, 9월 18일 한스 그라프와 5번을, 12월 24일엔 드미트리 기타옌코와 9번을 들려준다. 서울시향은 7월 3ㆍ4일 마르쿠스 슈텐츠와 5번, 12월 19ㆍ20일 상임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9번을 연주한다. 4번 교향곡은 3월 17일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운명과 투쟁하던 베토벤이 자연을 관조한 6번 교향곡 ‘전원’은 정명훈이 KBS 교향악단과 함께 8월 28일 연주하고, 놀랄만한 파격으로 인기가 많은 교향곡 7번은 레너드 슬래트킨이 KBS교향악단과 5월 2일 들려준다.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파격적 해석으로 화제가 되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4월 7ㆍ8일 내한해 베토벤 7ㆍ5번을 각각 들려줄 예정이다. 평소 연주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교향곡 8번은 9월 24ㆍ25일 서울시향이 조너선 스톡해머의 지휘로 연주한다. 이렇게 해서 국내 무대에서 베토벤 교향곡 9곡을 모두 들을 수 있다.
 
교향곡이 거대한 건축이었다면 현악4중주는 작곡가의 내면이 드러나는 수공예품이다.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가 팽팽한 균형 속에 조화를 이루는 베토벤 현악4중주 16곡도 국내에서 모두 연주된다. 미국의 실력파 현악4중주단 에머슨 콰르텟이 5월 30ㆍ31일, 6월 2~5일 엿새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매년 가을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의 봄 공연이다.
 

2. 같은 컨셉 비교하며 듣기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으로 국내 무대에서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으로 국내 무대에서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올해 베토벤 기념 무대에는 피아노 협주곡 연주가 많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들이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베토벤의 형식미와 혁신성을 동시에 보여주려 한다. 이처럼 같은 형식의 공연을 연주자별로 비교하며 듣는 것도 베토벤의 해를 보내는 한 방법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4월 24일(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과 협주곡 2번, 경기필과 9월 4일 협주곡 4번, 5일 5번(경기도문화의전당)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프랑스의 오케스트라 드 챔버 드 파리와 5월 27일(롯데콘서트홀) 협주곡 1ㆍ4ㆍ5번을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베토벤 해석의 정도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9월 22~27일 중(날짜 미정)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협주곡 다섯 곡을 전부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들은 베토벤의 소나타 32곡 연주를 이미 몇해 전부터 시작했고 올해 끝낸다. 같은 곡에 대해 피아니스트마다 다른 해석을 들어보기에 선택지가 풍성하다. 2017년 전곡 연주를 시작한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1월 9일, 2월 15일, 9월 16일 (예술의전당) 시리즈 6ㆍ7ㆍ8로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마무리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마지막 세개 소나타로 (3월 6일 예술의전당) 연주하며 오랜 베토벤 탐구 과정을 청중과 공유한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2018년 시작된  소나타 전곡 시리즈를  11월 28일 예술의전당 공연으로 끝낸다. 피아니스트 김다솔, 프랑스의 프랑수아 프레데리크-기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2017년부터 4년 동안 각각 이어온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마감한다.
 

3. 베토벤의 현대적 의미를 듣기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후대 작곡가들의 곡과 비교해 연주할 시마노프스키 4중주단. [사진 SIMF]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후대 작곡가들의 곡과 비교해 연주할 시마노프스키 4중주단. [사진 SIMF]

베토벤은 후대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또 그 영향은 현대 청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올 한해 연주자들은 이 주제를 파고들 예정이다. 베토벤의 음악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는 재해석 공연도 이어진다.
 
10월 31일 예술의전당에선 시마노프스키 4중주단이 ‘베토벤과 후계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연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와 폴란드 현대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현악 4중주 2번, 한국 작곡가 이복남의 작품,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를 함께 배치했다.  
 
피아니스트 부흐빈더는 9월 내한해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독특한 방식으로 연주한다. 이 변주곡은 본래 빈의 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가 작곡한 단순한 주제를 베토벤을 비롯한 작곡가 50여명에게 변주하도록 요청한 것이었다. 베토벤은 한 개의 변주를 작곡하는 대신 33개의 한시간짜리 대곡을 만들어냈다. 부흐빈더는 이 아이디어를 다시 가져와 디아벨리 주제를 현존하는 작곡가 11명이 변주하도록 의뢰했다. 이번에 이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을 들을 수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베토벤이 살아있을 때의 생일 축하파티는 어땠을까’라는 상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베토벤이 특별히 존경했던 헨델, 베토벤을 존경했던 멘델스존과 슈만의 음악을 한 자리에 모은 ‘상상의 기념파티’다. 첼로ㆍ바이올린ㆍ피아노ㆍ클라리넷ㆍ호른ㆍ바순 등이 등장한다. 10월 13~15일 금호아트홀 연세. 1월 30일 같은 공연장에서 ‘앙상블 블랭크’는 20세기 이후 현대음악에 베토벤이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작곡가 최재혁이 이끄는 현대음악 단체다.
 

4. 온 힘을 기울인 작품 듣기

지난해 빈국립오페라에서 공연됐던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빈국립오페라에서 공연됐던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사진 중앙포토]

‘장엄 미사’는 4년이 걸린 곡이다. 베토벤은 후원자이자 친구인 루돌프 대공을 위해 1819년 쓰기 시작한 이 곡을 23년에야 완성했다. 네 명의 독창자, 합창단,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작품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높은 음역대, 감정적인 진행 등에서 베토벤의 새로운 시대 지향을 드러낸다.
 
많은 연주자들이 ‘인생 작품’으로 꼽지만 잘 연주되지 않았던 ‘장엄 미사’를 올해는 국내 무대에서도 들을 수 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이명주, 베이스 사무엘 윤, SIMF 오케스트라, 지휘자 오코 카무 등과 함께 이 곡을 연주한다. 지휘자 함신익과 심포니송도 2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장엄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베토벤의 오페라 작품 역시 자주 들을 수 없다. 극과 음악의 만남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 완벽주의 성향을 보였던 베토벤의 완성된 오페라는 단 한 편 ‘피델리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는 이 작품을 8년에 걸쳐 쓰고 두번 고쳤다. 국립오페라단이 10월 22~25일 예술의전당에서 ‘피델리오’를 벨기에 연출가 기 요스텐의 프로덕션으로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의 '피델리오' 공연은 1992년 이후 28년 만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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