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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빈교실, 시니어 교실로 재활용 어떨까

중앙일보 2020.01.03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50)

 
출생률의 저하로 10년 후에는 남아도는 초등학교 교사가 5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비어있는 교실 공간을 은퇴한 시니어들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출생률의 저하로 10년 후에는 남아도는 초등학교 교사가 5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비어있는 교실 공간을 은퇴한 시니어들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pixabay]

 
경남 진주에는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다녔던 학교가 있다. 지수초등학교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LG그룹 구인회 회장,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 GS그룹 허정구 회장이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우리나라처럼 학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이 학교에 입학하면 위의 어른들과 동문이 된다. 그러나 지수초등학교는 2009년 폐교됐다. 학교에 입학할 학령아동이 없기 때문이다.
 
한 해에 100만 명 이상 태어나던 신생아가 이제는 30만 명대로 떨어졌다. 출생률의 저하로 10년 후에는 남아도는 초등학교 교사가 5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교사들도 비상이다. 일전에 분당 S초등학교 교사 세 명이 아름다운인생학교를 찾아온 적이 있다. 학령아동의 감소로 교실이 비어있는데, 이 공간을 은퇴한 시니어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젊은 교사들이 그런 뜻을 갖고 있어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한동안 같은 꿈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어떻게 진척이 되고 있나 궁금해 연락을 취했다. 전화를 받은 젊은 교사가 풀이 죽어 답변하기를 공간 활용계획을 만들어 교장에게 보고했더니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더 이상 자세한 얘기를 꺼렸다. 아마 교장으로서는 정년을 앞두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가 내키지 않았나 보다. 그는 퇴직하면 그만이지만 젊은 교사가 꿈을 펼치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이제는 교육·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한 체제를 재구축해야할 때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비어있는 교실을 동네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활용했으면 한다. [사진 pixabay]

이제는 교육·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한 체제를 재구축해야할 때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비어있는 교실을 동네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활용했으면 한다. [사진 pixabay]

 
대학도 심각하다. 학생의 감소로 2024년엔 산술적으로 전국 대학의 25%가 신입생을 한명도 못 뽑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방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문을 닫을 것이라고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반면 노인인구는 2050년 1900만 명으로 증가해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노인대국이 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인구구조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진국은 비어있는 공간을 재활용하는데 적극적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은 투자자들을 모아 유휴 부지에 기업이 입주할 시설을 짓고 창업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한다. 캠퍼스 부지를 활용해 역사적인 건물 일부를 빼고는 전면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사립명문 릿교대학은 2008년부터 50대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세컨드 스테이지 칼리지를 설립해 은퇴 후의 인생설계를 돕고 있다. 독일 북서부의 도시 레케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55세 이상의 시니어를 가르친다. 이 시니어학교는 고등학교의 시설을 활용한 ‘학교 안의 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의 학교다.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즐거워한다. 우리도 이들처럼 학교에 창업 공간을 꾸미거나 시니어를 위한 재교육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출생률의 저하로 초등학교의 교실이 비어가는 반면 나이든 어른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그나마 서울은 박원순 시장의 제안으로 50+인생학교 등 여러 곳에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세우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대부분 시도도 못 하고 있다. 기껏 한다는 곳도 자체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인근 대학이나 단체에 용역을 주고 있다. 
 
서울의 50+인생학교는 나이 50~64세까지만 입학을 허용한다. 65세만 되도 입학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경로당에 갈 나이는 아니다. 65세 이상이면 법적으로 노인에 해당하지만,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고 학력도 높다. 당연히 교육문화에 대한 욕구도 크다. 65세 이상 시니어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제는 교육·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한 체제를 재구축해야 할 때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비어있는 교실을 동네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활용했으면 한다. 실제로 경기도 동탄에서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동탄중앙이음터란 학교복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리는 마을학교가 생긴 것이다. 이곳에 어린이집과 마을카페, 도서관, 강당, 체육시설 등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아름다운인생학교는 2018년부터 분당 AK플라자의 공간 일부를 시민들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통이 편리하여 접근하기 쉽고 생필품까지 살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사진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는 2018년부터 분당 AK플라자의 공간 일부를 시민들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통이 편리하여 접근하기 쉽고 생필품까지 살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사진 백만기]

 
마을학교에서는 방학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술, 공예 등 각종 체험 활동을 가르쳐 준다. 특히 마을학교 강사 대부분이 지역주민이라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맡긴다. 또한 마을공동체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 중 소질과 적성이 있는 사람을 마을 강사로 초빙도 한다. 일종의 재능 나눔이다. 학교는 비교적 공간이 넉넉하여 이를 잘 활용하면 지역사회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기업에서 교육공간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는 2018년부터 분당 AK플라자의 공간 일부를 시민들의 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하기 쉽고 생필품까지 살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우리은행도 최근 자체 건물의 일부를 시니어를 위한 교육공간으로 꾸몄다. 이처럼 기업도 앞으로의 인구구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머지않아 시민과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마을학교가 이곳저곳에 움트기를 기대한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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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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