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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만 빼먹었다?···이상한 행동 한두개 아니다

중앙일보 2020.01.03 05:00
집권 이후 정상국가 이미지를 추구해 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말연시 ‘파격’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1일 매년 해오던 육성 신년사를 노동당 전원회의(제7기 5차) 보고를 요약한 내용으로 대체한 데 이어 관행을 깨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2일 “북한이 신년사를 하지 않거나(1957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86년 12월 30일)을 신년사로 대체한 적은 있지만, 당 관련 행사의 보고를 신년사로 대신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1일 신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1일 신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북한은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며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며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사진 없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는 2일에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4월 15일)ㆍ김정일 국방위원장(2월 16일)의 생일이나 기일, 국가기념일 등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곤 했다. 특히 새해 첫날 김일성ㆍ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하고, 이를 당일 북한 매체를 통해 알렸다.
 
그런데 올해는 하루 늦은 2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참배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또 2일 오후 현재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항상 사진과 함께 보도해 왔다”며 “이날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도 사진을 생략한 배경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나흘간 열린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나흘간 열린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초헌법적 전원회의 결정 

 
무엇보다 지난달 31일 단행한 인사는 초헌법적인 조치라는 지적이다. 노동당 규약은 “전원회의는 해당 시기 당 앞에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거하며,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을 선거하고, 정무국을 조직하며,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조직하고, 당 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6조) 전원회의를 통해 당 고위직의 인사를 단행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날 인사에선 당 정치국 위원 등 당 주요 보직뿐만 아니라 국가계획위원장(김일철), 석탄공업상(전학철), 문화상(전명식), 국가과학원장(김승진) 등 국가기관 간부들을 새 인물로 교체했다. 북한 헌법(91조 10항)에 따르면 내각 부총리나 위원장, 상, 그 밖의 내각 성원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임명하도록 못 박고 있다. 전원회의에서 초헌법적인 ‘조치’를 한 셈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당 우위 국가이긴 하지만 당 규약이나 헌법에 따라 국가를 운영중”이라며 “당규약ㆍ헌법을 수정하지 않고 전원회의에서 국가기관 간부를 임명한 건 파행”이라고 분석했다.
 

노(老)·장(長)·청(靑)의 조화는 없다? 

북한 노동당 조직개편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북한 노동당 조직개편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자신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뒤를 봐주던 이수용(80)을 비롯해 태종수(84)ㆍ김평해(79), 뇌졸중을 앓은 박광호(출생연도 미상) 등 80세 안팎의 원로들을 퇴진시킨 것도 특징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노·장·청의 조화를 중요시해 노장의 경험과 장년의 판단, 청년의 의욕을 골고루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그러다보니 김일성, 김정일 등 최고지도자의 측근들은 죽을 때까지 현직을 유지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노장을 뒤로 물린 건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완전히 물러났는지 막후 역할을 할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연형묵 총리처럼 암 투병을 하면서도 사망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는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4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던 장금철이 이번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일본통인 이호림 조선적십자회 서기장이 통전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보고 있다. 이는 남북 관계 보다는 북·일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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