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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불출마 릴레이…보수 재건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2020.01.03 00:23 종합 30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 한선교·여상규 의원이 어제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이로써 한국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모두 9명이 됐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체로 무력한 야당의 한계를 지적하고 기득권 포기를 통한 보수 혁신과 통합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대목이 있다.
 
여 의원은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 사퇴도 언급했다. 선거법·공수처법 통과를 막아내지 못한 책임론, 야권 통합을 위한 당 쇄신을 이유로 들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야당이 강력한 대안으로 존재하면 어떤 정권도 이렇게 함부로 폭주하지 못한다. 지금 한국당과 지도부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안다. ‘의원직 총사퇴’까지 꺼냈지만 진정성을 느끼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엄중한 나라 상황에 국민들이 잠을 설치는 마당이다. 새해가 됐지만 경제·안보 위기는 극복될 조짐이 없고 국민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해결하자면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야당 책임이 가벼운 것만도 아니다. 다른 모든 걸 떠나 견제와 균형이 중시되는 민주정치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건전한 야당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야당은 무력증을 걷어내야 한다. 여권의 일방 독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코드 정책이 그렇고, 최근엔 총선을 겨냥한 초대형 선심 예산도 있다. 여권은 군사작전 하듯 마구 처리하는 데 막아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 자체다. ‘목숨 걸고 막겠다’는 등 말만 요란할 뿐 맥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바로 서자면 쇄신 에너지를 키워야 한다. 한국당은 보수 몰락을 자초한 당사자다. 정치, 정부 실패로 정권을 내줬다면 더 큰 각오로 분발해야만 국민의 비호감을 털어낼 수 있다. 여 의원은 “황 대표는 물론 우리당 의원 모두가 보수 통합을 위해 스스로를 내려 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당 내 쓴소리를 한국당은 보수 재건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야당 지지율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보다도 낮은 상태다. 민심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해도 찍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중진 몇 사람 용퇴론 중병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체가 목적일 순 없지만 당 해체 수준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국당은 이미 전국 선거에서 내리 세 번을 대패했다. 안 바뀐다면 참패가 거기서 끝난다는 보장이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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