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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Gone, 카를로스 곤

중앙일보 2020.01.03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1년여 만에 두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8년 11월 일본 프랑스상공회의소 설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려던 그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긴급 체포됐다. 그로부터 1년. 곤 전 회장은 ‘자동차 업계 거물’에서 보수를 축소 신고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범죄자로 추락했다.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건 지난해 말 영화를 방불케 한 도주 덕분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절차에 참석한 뒤, 도쿄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고 1주일 뒤 레바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그는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가 가져온 악기 케이스에 숨어 자택을 빠져나갔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을 통해 터키 이스탄불로 출국했고 개인 비행기 편으로 레바논 베이루트까지 이동했다.
 
출국금지 상태였던 곤 전 회장이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에도 걸리지 않고 출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당국도 패닉에 빠졌다. 곤 전 회장의 아내 캐럴이 민간군사업체와 레바논 정부 등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지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사법체계는 물론 출입국 관리에 망신살이 뻗친 모양새다.
 
1999년 파산 위기에 몰린 닛산을 재건시키며 ‘스타 경영인’으로 떠올랐던 그의 몰락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르노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지만 최근 수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먹여 살린 건 닛산이었다. 일본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부에선 불만이 많았다.
 
르노와 닛산의 완전 통합을 추진하던 곤 전 회장을 아베 정부가 축출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 기업 CEO이긴 하지만, 프랑스 기업 총수이기도 한 곤 전 회장을 일본 검찰이 전격 체포하고 기소한 것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냔 해석도 나왔다.
 
곤의 몰락 이후 닛산과 르노는 모두 실적 하락에 직면했다. 지난해 닛산의 영업이익은 전년의 반 토막으로 줄었고, 르노 역시 판매량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곤 전 회장의 체포와 기소가 ‘정치적 음모’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사법체계가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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