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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자사고·외고 폐지는 폭정…교육선택권 침해 헌법소원 낼 것”

중앙일보 2020.01.03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2025년 전국의 모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교육부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이 6일로 끝난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교장연합회는 정부의 ‘일괄 폐지’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교육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한만위 자사고·외고 교장연합 대표
중국서도 자율 사립학교 느는데
자유주의 국가선 있을수 없는 일

평준화 교육 가치 아무리 좋아도
억지로 하는 공부 발전할 수 없어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교장연합 대표인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정부의 일괄 폐지 방침은 민주사회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교장연합 대표인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정부의 일괄 폐지 방침은 민주사회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교장연합회 대표인 한만위 민족사관고 교장은 “시행령을 통한 ‘일괄 폐지’는 강제 폐교와 같다”며 “자유주의 국가에선 불가능한 폭정”이라고 비판했다. 2일 중앙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그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운영의 자율성을 가진 사립학교 설립이 늘고 있다”며 “20년 이상 유지해온 사학을 갑자기 문 닫게 만드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반고 전환 후에도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불가능하다. 전환 대상 79개 학교에 일반고 수준으로 지원해도 연 3000억원 이상이 든다. 그런데 기존 자사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당장 수천억원씩 매년 나가는 것도 부담일 텐데 지금 우리가 쓰는 정도의 예산을 어떻게 주겠나.”
 
정부 교육정책, 조국 사태 석 달 만에 급변
 
올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는 ‘일괄 폐지’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원래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가 있고 난 뒤 갑자기 변했다. 백년지대계는커녕 석 달 만에 정부 입장이 돌변했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가 ‘조변석개식 교육정책으로 사회적 혼란과 불신이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는데 정부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
 
정부의 입장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다. 교육부는 보름 후인 11월 7일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일괄 폐지’ 방침을 밝혔다.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을 부추긴다는 이유였다. “우수 학생 쏠림현상으로 일반고 교육력을 저하시킨다”는 진단도 내놨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없애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처방이 틀렸다. 일반고가 우수하면 오히려 문 닫는 자사고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일거에 자사고·외국어고를 없애면 일반고에서 각 반의 1등이나 상위권이 추가돼 기존 학생들의 불만이 늘 것이다. 이는 사교육의 확대로 이어져 학업수준이 높은 지역은 ‘교육특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자사고가 (교육특구인) 수성구 쏠림 현상을 완화시켰다”는 우동기 전 대구시 교육감의 말처럼 자사고 등이 사라지면 교육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헌법소원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헌법 31조는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위 법령에서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 사립학교의 교육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시행령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학교 연합 구성 … 외고 동문 변호인단 꾸려 
 
진행 일정은.
“개정된 시행령이 공포되면 90일 이내 소원을 낼 것이다. 현재 외국어고 출신 등 동문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준비 중이다. 학교 간 연합체가 구성된 만큼 서로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하겠다.”
 
농학박사인 한 교장은 “민사고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교 모임(G20 하이스쿨)의 일원으로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벤치마킹 하러 온다”고 말했다.
 
세계의 학교들과 교류하면서 21세기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율성과 다양성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와 스스로 하는 학습은 효과가 천양지차다. 획일·평준화 된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실에선 성공하기 어렵다. 학습자가 느낄 수 있는 과정의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세상은 다양성을 원한다. 그 안에서 나오는 개방과 관용의 정신이 21세기의 핵심 역량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정부가 처음 자립형사립고(현 자사고)를 설립한 후 ‘학교다양화’ 정책이 유지돼 왔다.
“학생·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중시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생겨났다. 이번에 없애려는 외국어고·국제고도 정부가 앞장서 공립 형태로 운영했다. 짧게는 9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운영된 학교들을 ‘일괄 폐지’하고 획일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허락되지 않는 한 교육은 발전할 수 없다.”
 
한 교장은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정치적 이상으로 평등을 내세울 수 있지만 이데올로기의 실현 수단으로 교육 획일화를 내세운다면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 사회가 경쟁과 서열에 매몰된 상황에서 학교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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