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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올림픽 꿈꾸는 우즈·페더러

중앙일보 2020.01.03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우즈(左), 페더러(右)

우즈(左), 페더러(右)

2000년대 ‘황제’ 칭호를 받은 두 스포츠 스타가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다. 우즈와 페더러가 2020년에도 현역으로 뛰고 있을 거라 상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의 선수라면 은퇴할 나이인 두 황제가 올림픽에 동반 출전한다는 건 더더욱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올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우즈도, 페더러도 도쿄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커리어 골든슬램 도전 두 황제
45세 우즈 39세 페더러 아직 건재
둘 다 올림픽 출전 자격에 가까워
도쿄서 만날 경우 스포츠 새 역사

우즈가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6월 22일 기준 남자 골프 세계 랭킹이 미국 선수 중 4위 이내여야 한다. 2일 현재 세계 6위로, 미국 선수 중에는 브룩스 켑카(1위), 저스틴 토머스(4위), 더스틴 존슨(5위)에 이어 4위다. 아슬아슬하게 올림픽 출전 경계 안쪽에 머물러 있다. 그 뒤를 패트릭 캔틀레이(7위), 잰더 쇼플리(9위), 웨브 심프슨(11위) 등이 추격하고 있다.
 
우즈는 올림픽 출전 경력이 없다. 골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가, 112년 만인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부활했다. 우즈는 당시 허리 부상으로 대회 출전조차 못 하던 때였다. 올림픽 출전은 언감생심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즈가 4년 뒤 올림픽 출전을 기약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9차례의 수술로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대학 시절이던 1994년 왼쪽 무릎에 처음 칼을 댔다. 이 부위만 5차례나 수술했다. 허리는 2014년부터 3년 사이 네 차례 수술했다. 아킬레스건과 발목, 팔 등 통증이 없는 부위가 없었다.
 
2017년 11월 우즈의 세계 랭킹은 1199위였다. 그런 그가 지난해 세상 사람들의 비관적 전망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4월 마스터스 우승, 10월 조조 챔피언십 우승으로 샘 스니드(작고)가 갖고 있던 미국 프로골프(PGA) 통산 최다승 기록(82승)과 동률을 이뤘다. ‘골프 황제’의 귀환에 전 세계가 환영하며 박수를 보냈다.
 
우즈는 2009년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되자 “은퇴하지 않는다면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에는 고인이 된 아버지와 함께 양궁 경기를 보러 갔던 1984년 LA 올림픽을 떠올리면서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만큼 나도 올림픽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서히 다짐을 실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골프 황제 vs 테니스 황제

골프 황제 vs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30대 중반부터 은퇴설에 휩싸였다. 2016년 그는 무릎과 허리 통증에 시달렸고, 2001년 투어대회 첫 우승 이래 처음으로 무관의 해를 보냈다. 은퇴설은 기정사실이 되어 갔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7년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윔블던에서 우승하는 등 7차례나 투어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년 2월에는 세계 1위에 복귀했다. 어느새 메이저 20승으로, 남자 단식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통산 우승은 103회다.
 
페더러는 2018년 7월, 25년간 입었던 나이키 대신 유니클로로 유니폼 스폰서를 교체했다. 도쿄 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지난해 10월 “내 심장은 다시 한번 올림픽에서 경기하기를 원한다”며 올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도쿄 올림픽 테니스 단식 출전자는 6월 8일 자 세계 랭킹으로 정해진다. 남자 단식은 56명인데, 국가별로 4명까지 출전한다. 또 2016년부터 올해까지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 3회 이상 출전해야 한다.
 
페더러는 현재 세계 3위, 스위스 선수 중에는 1위다. 다만 2015년 이후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않았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와일드카드 자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4차례 올림픽 무대에 섰다. 남자 단식 금메달이 아직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남자 복식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황제가 올림픽에 의욕을 보이는 건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 우승+올림픽 금)’ 때문이다. 우즈는 US오픈·디 오픈·PGA 챔피언십·마스터스에서 모두 우승했다. 페더러도 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을 석권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타이틀을 거머쥔다.
 
두 황제는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다. 2009년 불륜 스캔들로 우즈가 두문불출하자 페더러는 전화를 걸어 “빨리 복귀하라”고 권유했다. 우즈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페더러는 2018년 말 “우즈와 예전처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두 사람이 올림픽에서 만난다면 스포츠 역사의 한 장이 새로 쓰이게 된다.
 
박소영·김지한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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