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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사납금 해방절? 기사는 시큰둥

중앙일보 2020.01.03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 1일 법인택시의 사납금 제도가 법적으로 폐지됐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사납금이 사라진 만큼 법인택시 기사의 ‘해방절’이란 말도 나온다. 대신 법인택시의 전액관리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사납급 폐지 첫날부터 현장은 우왕좌왕했다.
 

사납금 폐지 첫날부터 현장 혼선
일부 회사 유사 사납금제 운영
기사들 “급여제 변경 땐 수입 줄어들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납금은 법인택시 기사가 하루 운행당 회사에 내야 하는 고정액이다. 사납금을 채운 뒤 추가로 받는 돈은 기사의 수입이지만 사납금을 못 채우면 급여가 삭감된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받은 돈 전액을 회사에 내고, 회사는 기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1일 서울 지역 택시회사들에 이번 달 급여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상당수가 “노사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택시기사들에게 취재한 결과 일부 법인택시는 기사들에게 “급여 체계가 미정이니 일단 매출 전액을 입금하라”고 통보했다.
 
일부 택시회사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쓰고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의 사납금을 기준 수입금으로 이름만 바꿔 하루 2만~5만원씩 올리는 식이다. 대신 택시기사의 기본급을 40만~50만원 인상했다. 월급 인상액보다 기준금 인상액이 25만~30만원 더 많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반발하자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변형된 사납금제는 안 된다”는 공문을 각 택시회사에 보내기도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동안 타다나 우버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쟁점은 ‘소비자 편익’과 ‘택시업계·기사의 권익’이었다. 타다 등 신규 사업자들은 기존 택시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타다 등이 혁신이란 이름으로 전통 산업과 일자리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기사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며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해 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게 ‘타다 금지법’과 전액관리제 도입이다. 타다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틈새’를 찾아 영업 중이다. 이런 타다의 영업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작 택시기사 중엔 전액관리제보다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달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본부의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89%가 사납금 유지를 원했다. 반면 전액관리제 찬성 의견은 11%에 그쳤다. 택시업체들이 내놓는 전액관리제 급여 계산법을 보니, 기사 수입이 도리어 줄어들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일 만난 서울의 한 택시기사는 “많이 뛰는 기사에겐 (전액관리제의) 메리트(장점)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사는 “차라리 사납금을 낮추고 수당을 조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전액관리제로 기본급이 오르면 세금과 4대 보험료 부담이 느는 것도 기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납금제를 없앤다고 기사가 게으름을 피우기는 쉽지 않다. 회사는 개별 택시의 요금 수입과 승하차, 현재 위치를 택시 운행정보 관리시스템(TIMS)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서울·부산·대전 등의 모든 법인택시에 설치됐다.
 
지난해 법인택시 기사 수(10만2960명)는 2009년(13만9725명)에 비해 26.3% 줄었다. 같은 기간 법인택시 차량은 4.8% 감소에 그쳤다. 그만큼 법인택시 차량은 남아도는데 기사를 하겠다는 사람은 적어진 상황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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