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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전 경제수석 기업은행장 임명…10년 만에 관료 출신

중앙일보 2020.01.0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6월 21일 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 전 수석은 퇴임 6개월여 만에 기업은행장에 임명됐다. [뉴스1]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6월 21일 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 전 수석은 퇴임 6개월여 만에 기업은행장에 임명됐다. [뉴스1]

차기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다. 3대 연속 내부출신 행장 배출의 전통이 10년 만에 깨졌다.
 

기은 “현 정부 정책 이해도 높아”
정부 “내부출신 고집할 이유없어”
노조 “청와대 낙하산이다” 반발
민주당, 야당 땐 “관치는 독극물”

2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종원 전 수석이 3일자로 26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신임 행장은 전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행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냈다. 기업은행은 이날 저녁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윤 신임 행장은 현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의 큰 뿌리인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 ‘혁신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기업은행의 핵심 역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 행장 임명은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12월 27일 퇴임한 지 6일 뒤에야 이뤄졌다.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가 “금융 경험 없는 낙하산”이라고 반발해 결국 임명이 무산되면서 새 후보를 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 ‘예산통’ 반 전 수석 대신 거시경제 전문가인 윤 전 수석으로 교체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관료 출신 부적격 인사 선임 포기를 촉구하는 모습. [뉴스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관료 출신 부적격 인사 선임 포기를 촉구하는 모습. [뉴스1]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반장식, 윤종원 전 수석 둘 다 같은 낙하산이고 ‘청와대 수석 일자리 만들어 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본점 앞에 펜스를 설치하고 ‘출근 저지 투쟁’ 준비에 들어갔다.
 
윤 행장은 10년 만에 돌아온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이다. 기업은행은 2010년 12월 내부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조준희 행장이 취임했다. 이어 내부 출신인 권선주, 김도진 행장이 뒤를 이었다.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 중 유일하게 내부 출신 행장을 이어갔지만 결국 외부 출신으로 회귀했다.
 
역대 기업은행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역대 기업은행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거 야당 시절 낙하산 기업은행장을 강하게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침묵하고 있다. 2013년 12월 당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기업은행장 후보로 떠오르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성명을 발표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내부출신 인사를 내치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낙하산으로 보내 얻을 게 없다”며 “정부는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다고 강변하겠지만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허 전 차관 대신 내부 출신이자 여성인 권선주 행장을 임명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여야가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정부 측에서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내부 출신만 행장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역할을 고려하면 관료 출신이 이끌어도 문제없다는 해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외부 출신이냐 내부 출신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해당 기관에 최고로 좋은 사람이냐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내부 출신 기업은행장이 정책금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전혀 없었는데도 갑자기 관료 출신으로 회귀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 측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관료 출신 임명이 강행되면 여당과의 정책협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달 새로 선출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은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은행장 자리를 아무 관료나 맡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책협약 파기도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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